처음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올해 초,
여러 블로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각자의 언어와 감성으로 혹자는 감성적으로, 혹자는 비평적으로 적어놓은 느낌들과
배우와 작품에 관한 각종 정보 등을 섭렵할 수 있었으니까.
드디어 나도 나름의 내 언어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내 언어가 공유되기를 바란다.
내가 최근 공연 문화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이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임태경의 불후의 콘서트를 시작으로 노블레스 콘서트와
모짜르트,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이번 황태자 루돌프를 함께 한 후배 수근이.
일을 하다보면 평소엔 정말 만나기 힘들지만
보고싶은 작품을 같이 예매했다가 공연장에서 반갑게 만나서 함께 보고 거기서 헤어진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노블레스 콘서트와
모짜르트, 잭 더 리퍼, 형제는 용감했다,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황태자 루돌프를 함께 한 열 세살 나의 딸 솔양이다.^^
이 친구는 모짜르트의 매력에 빠진 이후 뮤지컬의 세계에 눈을 떳다.
이제는 공연이 끝나면 ost부터 찾고, 없으면 왜 없는지 아쉬워 한다.
프로그램 북을 사면 엄마보다 먼저 훑어본다.
집에 와서도 한동안은 수시로 펼쳐보며 배우들의 면면을 살피고 내용도 꼼꼼히 읽는다.
마음만 먹으면 후기도 잘 쓰고~^^
오늘은 모처럼 한가하게 황태자 루돌프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이 곡이 정말 좋았느니, 깜짝 놀랬다느니, 어떤 배우는 목소리가 어떻다느니......^^
나도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웠을 배경 설명도 조금씩 해 주며 아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재관람을 하기로 한 셜록홈즈도 찾아보며 캐스팅이 이러니 저러니...^^
카드사 이벤트로 1+1행사에 응모해서 남편과 한 번 더 보기로 한 루돌프도
"아빠가 시간이 안된다고 하면 너 한번 더 볼래?"하고 물었더니
"엄마~~ 이제 나한테 그런 건 물어보면 안되는거야~^^" 라고 한다.
이 녀석과 함께 공연을 다니는 것,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음, 하지만 조금 더 훗날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아이와 나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내가 팬카페라는 곳에 가입을 해 보니 아이의 팬생활도 이해가 가고(빅뱅^^)
그러다 보니 대화의 갭이 일정부분 좁혀진 느낌도 든다.
자타가 공인하는 모녀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겪게 되는 변화에
당황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라, 순간적이긴 해도 갈등이 없을 수 없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공통의 관심사를 가져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아이의 호응도가 좀 떨어졌었다.
그런데 공연문화가 아이의 코드와 맞는다면
거기서 또 하나의 길이 생기는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내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을 아이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 내 아이가
좋은 것을 보면 좋은 걸 느낄 줄 알고, 감동할 줄 알고,
포용할 줄 알고, 스스로 일어설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 밤, 아이와 이러한 대화를 나누다 행복한 잠자리에 들게 하면서
(숙제 하라는 스트레스 대신에^^)
나역시 행복감에 빠져 든다.
아이와 문화를 공유하는 기쁨!
아이가 성장하면서 느끼는 어떤 기쁨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큰 기쁨이다.
그리고 이 기쁨은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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