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안에 막이 없었다.
다 열려진 무대 위에, 개막 시간이 가까워지자 한 명 두 명씩 배우들이 나와 이 구석, 저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이건 뭐지? 하는 중에 암전으로 서곡이 시작된다. 아름답고 웅장하고 정열적이고 긴 서곡...
무대 위쪽의 문이 열리고 세르반데스가 입장하면서 무대는 곧 감옥 안이 된다.
세르반데스는 시인이자 극작가이고 또 세금 걷는 일을 하고 있었다. 생계를 위하여.
그런 그가 수도원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회건물에 압류장을 붙이고 잡혀 들어온다. 그의 하인과 함께.
그는 '신성 모독'이라는 죄명으로 언제 받게될 지 모르는 종교 재판을 기다리게 된다.
감옥 안에는 이미 많은 죄수들이 가득 차 있고 그들은 신참 죄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가 쓴 대본과 소품, 의상이 든 가방을 빼앗고 대본을 찢어버리려고 하자
세르반데스는 '도지사'로 불리우는 그들의 재판관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변론하기 위해서 그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인 '공연'의 형태로 그들을 설득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곳의 죄수들을 참여시켜 극을 시작한다.
세르반데스는 바로 소품가방에서 의상과 소품을 꺼내 분장하여 라만차의 늙은 사나이 '알론조'가 되고
그의 하인은 알론조의 하인 '산초'가 된다.
알론조는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신을 부패한 현실에 대적하여 싸우는 정의로운 기사 '돈키호테'라고 믿어 버리고
그의 충성스러운 하인 산초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네를 진심으로 모시는 산초.
(그가 있어 이 이야기는 더욱 먹먹해진다.)
그는 풍차를 괴수라고 생각하여 덤벼들고, 여관을 성이라고 믿고, 여관주인을 성주라고 칭한다.
여관의 하녀 알돈자는 독한 캐릭터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여관에서 억센 사내들을 상대하며 거친 세상을 살아온 여인이다.
그녀가 일하는 여관을 성이라고 착각하여 찾아 들어온 돈키호테와 산초.
돈키호테는 알돈자를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그녀를 숭배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미친사람 취급할 뿐이다.
한편 알론조의 조카 안토니아와 그의 정혼자 까라스코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그들은 그에 대한 소문이 집 밖으로 나갈까봐 노심초사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돈키호테는 산초를 보내 자신의 '레이디 둘시네아'에게 '서한'을 보내 사랑의 증표를 원하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지저분한 걸레조각 한 장을 건네준다.
알돈자는 멀쩡한 산초가 왜 정신이 이상한 주인과 같이 다니는지 궁금해 하지만
산초는 그냥 "주인님이 좋기 때문"이라고만 한다. 바보같이도...
알돈자는... 비록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지만
스스로 보잘 것 없다 여기는 자신을 '레이디'라 불러주는 그에게 점점 관심이 간다.
이발사의 면도 대야를 황금투구라고 믿는 돈키호테.
여관으로 알론조를 찾아 온 까라스코와 신부는 심각한 그의 상황을 확인하고...
까라스코는 그를 환자로만 바라보지만 신부는 그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그의 꿈을 본다.
아직 정식 작위를 받지 못한 기사 돈키호테는 영주라 믿는 여관주인에게 기사작위를 내려줄 것을 청하고
착한 여관주인은 그가 원하는 대로 분위기를 맞춰 기사책봉을 내려주기로 한다.
경건한 기도로 기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돈키호테!
하느님, 오직 나의 정신만을 소유하겠나이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되어질 모습을 연모하나이다.
어리석은 환락을 추구하지 아니하나이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언제나 앞을 바라보겠나이다.
사내들에게는 정정당당하고 여인들에게는 예의를 갖추겠나이다.
오직, 그 분 만을 위해 행하며, 오직 그 분 만을 품고서 살아가겠나이다... 둘시네아!
그녀는 그의 전부이지만, 그를 이해할 수 없는 그녀와의 안타까운 대화...
왜 이런일을 하느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를 뿐이라고...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바라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된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 할 때까지
나의 저 별을 향하여
돈키호테는 알돈자를 기다리고 있던 노새끌이들을 보고는
그의 레이디를 괴롭히는 악당들이라 여기고 그들과 일전을 벌인다.
돈키호테 때문에 시끄러워진 여관주인은 그의 청원대로
'슬픈 수염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기사책봉을 내려준다.
다친 노새끌이들을 치료해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가보겠다는 돈키호테를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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