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죽 페스티벌 두 번째 관람작.
여성 배우들이 얘기하는 여자 이야기.
남자들이 많이 봐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들이야... 말 안해도 다 공감하는 이야기일테니...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여성관객들이 몇 보였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식도 먼저 가거나 독립하고 혼자 나이들어가는 두 여자가
서로에게 의지하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나잇대가 얼마쯤으로 설정된 것일까.
몇몇군데에서 약간은 어색한? 자연스럽지 않은? 설정이 느껴졌다. 내가 잘 못 이해한건가?
초반 전자제품 외판원의 등장은 시대적으로 너무 안맞는 거 아닌가? 요즘은 보험외판도 없는데.
게다가 그 외판원을 붙들고 자꾸 말을 이어가는 장면은
노인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 예가 적절치 않은 것 같았다.
뭐가 좋았으려나?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어땠으려나.
몇십년을 한동네에서 살아온 이웃인데, 그 정도면 진작에 더 많이 가깝게 지냈을 것 같은데...
처음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그냥 허물없이 지내던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면 어땠으려나.
아마도 두 사람의 고독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깍듯한 존댓말, 계속되는 '당신'이라는 호칭은 시간이 지나도 두 사람이 가까워 진 것 같지 않았다.
당신이라는 호칭은 개인적으로 나도 좋아하는 바라서 내심 좋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도 계속되는 그 호칭이 어쩐지 나는 계속 거슬렸다.
뭐랄까, 너무 연극적이랄까... (연극이 연극적인게 뭐 어때서^^)
그래도 좋았던 것은 두 여인의 캐릭터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모자를 쓴 여인은 (혹시 항암투병 중이었던 건가?) 적극적이고 강인한 내면을 갖고 있다는 느낌.
다른 여인은 자의식이 강하고 약간은 방어적이며 독립적인 성격의 느낌이다.
여성은 삶의 과정에서 남성의 삶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역할이 주어진다.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엔 비난과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다.
그것이 여성을 내면적으로 힘들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내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삶에 깃든 한의 정체는 바로 그것이다.
남성의 삶은 비교적 심플하다.
젊은 시절엔 그저 바깥일만 하고, 집안일은 나몰라라한, 가부장적이기까지 한 남자들이 부지기수다.
그것을 훈장처럼 여기고 자랑스러워 한다.
내 주변엔 그런 남자들이 아주 많았고 지금도 많다.
그리고 남자가 가정적인 모습을 내비치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전성기가 지난 후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되어버리고,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비로소 젊은 날의 무심함을 말하며 다정했던 아내를 돌아보지만 유약하던 아내는 어느새 장부가 되어 있다.
남성들이 나이먹어가며 여성적인 성향을 보이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지나간 날들에 돌보지 못한 자신들의 섬세한 감성에 대한 보상을 하듯이 말이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다. '여자의 일생'이 한으로 점철된 시절은 지났으니.
여자들의 한이 줄어드는 세상이라는 것은 반대로 남자들의 회한이 줄어드는 세상이기도 하다는 소리다.
나 역시 내가 여자라는 성으로 산 세월에 한스러움이 1도 없었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산 세상은 엄마들이 살아온 세상보다는 좋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 딸은, 하나밖에 없으니 여자고 남자고를 따질 여지도 없이 귀하기만 할 뿐이다.
지금 내 나이는 오십대 중반이다.
나 자신이면서 동시에 나는 딸이기도 하고 엄마이며 며느리이고 아내이며 여동생이다.
이 역할을 모두 적절히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숨가쁜 젊은 시절을 지나왔으며, 아직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조금 먼저 산 두 어머니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모습의 노인이 되어갈지 생각하고
자식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갈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나는 남자와 살고 있고, 남자들과 일하고 있다.
그네들과 함께 나이먹어갈 것이다.
그들은 또한 세상의 반이 아니던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품어줘야지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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