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의 서치라이트 공연 몇 편을 잡아 놓고 갑자기 일이 생겨 두 편을 놓치고
보고 싶은 공연 두 편은 매진으로 놓치고 (사람들 마음이 다 비슷하다니까~^^) 드디어 어제야 이 공연을 봤다.
몇 편의 다른 내용을 코끼리라는 동일한 소재의 이야기로 엮어 각각 다른 코끼리들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작가는 코끼리를 어떤 벽, 제약, 편견, 선입견, 방해물, 골치 아픈 어떤 일 등의 이미지로 그린 것 같다.
다섯 명의 건장한 코끼리들이 시종 재미있고 위트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었으나
컨디션 때문이었을까, 안구 건조증 때문이었을까. 자꾸 앉아 있기가 힘들었었다. 50분 밖에 안되는데.
1화 장님과 코끼리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장님들이 자신이 만져본 코끼리의 단편만으로 엄청난 오류를 범하는 이야기.
벽이기도 하고, 기둥이기도 하고, 밧줄이기도 하고, 큰 뱀이기도 하고, 카펫이기도 한 존재.
서로 전혀 다른 관점에서 봤다면, 그래서 다름을 발견했다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식견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그들 모두는 그냥 자기 판단이 맞다고 믿고 그 믿음을 고착시킨다.
나도 역시 그런 장님 중 하나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절대 우월자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그들은
모략을 꾸며 코끼리가 알을 낳는다는 소문을 낸다. 입 셋이 모이면 없는 얘기도 만들어진다는 얘기.
그리하여 자신들은 알을 낳지 않는 동물들 중 최고가 되고자 한다.
억울한 코끼리는 명예훼손으로 말을 기소하고 재판이 열린다.
알고보니 말이 코끼리의 "ㅈ"의 크기에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지어낸 허무맹랑한 얘기라는 것.
말은 허위사실 유포죄를 판결받는다.
말이 비밀이라며 알려주는 비밀, 코끼리보다 한 수 위, 해마가 있다고. ㅋㅋㅋㅋ
5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심리학자, 정치학자, 물리학자, 언어학자가 서로 싸우다가 밥을 먹으러 나가며 조교에게 '지시'한다.
"야, 저 코끼리, 냉장고에 넣어놔!"
이게 답인 세상이다.
6화 THE ELEPHANT IN MY ROOM
이것은 "언급되지 않은 명백한 진리"에 대한 영어 은유 관용구로
한 마디로 '불편한 진실'이란 얘기다.
굳이 들춰내서 말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혹은 어떤 상황에서나 내재된 문제점이 있지 않느냐는,
혹은 내가 그 코끼리였던 적도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어떻게 제대로 된 옷을 입힐지 모르겠지만 너무 가벼워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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