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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부활 - 20130523

by lucill-oz 201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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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이라... 나는 이 이야기를 아마도 중학교때 읽은 것 같다.

기억도 아스라하지만, 긴 이야기였고 사실 좀 지루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정통 연극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았다.

연출자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고,

토월극장이 재개관을 하면서 CJ토월극장이라는 기업홍보성 이름을 갖게 된 사연도 몰랐다.

사실 예술의 전당에 전시가 아닌 공연을 보러 온 것도 오랫만이었고,

그것도 오페라 극장(대극장)도 아닌 중극장 공연은 더욱이 처음이었다.

 

토월극장의 무대, 상당히 깊었다. 연극무대가 아닌 뮤지컬에 적합한 무대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개관 첫 공연으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했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연극무대 연출이 꼭 평면적이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있나,

이 또한 좋은 조건일 수도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마이크 없이 공연하는 연극 배우들로서는 힘들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나야 앞자리에 앉아서 봤으니까 잘 보고 들었지만, 뒷자리에서는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앞쪽이라서 무대 전체의 움직임이 한 눈에 안 들어와서....

나는 역시 2층 앞열이 좋아... 

 

매우 심플한, 그러나 임팩트있는  무대, 

스케일 있는 장치 (턴테이블을 따라 도는 대형 구조물과 오르내리는 무대),

큰 비중은 아니지만 간간이 나오는 음악, 격동적인 움직임(안무),

화려하면서도 대조적인 의상, 불꽃이 튀듯 빠른 속도로 주고 받는 대사...

고선웅이라는 연출자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경험도 처음이었지만

좀... 색다른 무대였다는 느낌이다. 대사체도 그렇고...

 

네흘류도프 역의 서범석, 카츄샤 역의 예지원 두 사람의 연기에 대한 특별한 평은 할 것이 없다.

배우에 대한 인상보다는 배역에 대한, 그 인물에 대한 인상이 더 깊이 남는다는 것은

완벽한 연기를 한 때문이라 해야 하나? 뭐라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네...

 

객석의 불이 아직 켜있는 상태에서 배우가 천천히 걸어나와 무대 위에 놓인 상자 위에 등을 돌리고 눕는다.

무슨 의미일까... 형광램프로 만든 '부활'이라는 글씨가 자모음이 겹쳐진 채로 역시 무대위에 있다가

역시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 후 무대 위로 사라진다.

 

부유한 귀족 네흘류도프 공작은 배심원 자격으로 재판장에 출석한다.

(바닥의 일부가 올라가서 테이블이 되고, 일부는 내려가서 계단을 만들고 의자를 만든다.)

범인으로 몰려 재판장에 나온 거칠게 살아온 듯한 여인 카츄사...

그녀를 보며 네흘류도프 공작은 지난 날, 하룻밤의 유희로 그녀를 범하고 그 댓가로 돈을 주었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심한 가책에 시달린다.

나는 그날 왜 그녀에게 돈을 주었을까, 돈을 줌으로 해서 그녀는 본의 아니게 화대를 받는 여인이 된 것이고

그 시작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면회실 장면... 그곳의 죄수들은 큰 잘못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에 죄인이 된 사람들이다.

(면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그들의 대화와 몸짓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카츄샤는 네흘류도프의 참회와 그녀를 돕고자 하는 의지를 거부한다.

당신은 나로 인해 죄를 짓고 또 나로 인해 구원받으려 하는가, 나를 당신 구원의 도구로 삼지 마라...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녀를 위해 애쓰고 그녀와 함께 하는 이들을 위해 애쓴다.

그녀의 유형지인 시베리아까지 따라가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귀족 집안과의 혼인대신 그녀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는 그녀에게 미안했을까, 아님 사랑했을까...

카츄샤는 결국 그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게 되지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녀가 현실을 잘 아는 여인이어서였을까?

대신 그녀는 네흘류도프에게 자유로움을 준다.

그가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물론, 그녀의 마음 역시 평화로와진다.

그와 그녀, 두 사람 다 지난날의 삶을 떠나 새로운 사람으로 부활한다는 얘기...

 

작가는 이 작품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속죄하고자 하는 상류층의 가해자가 있는가?

현재에도 그렇지만 100여년 전 그 시절에도 역시 그런 바람직한 사고를 가진 귀족은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녀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했으리라.

어쩌면 나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역겨워하며 괴로워하는 그가 낮설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살면서 나도 어떤 의미에서든 가해자가 되는 일이 있지 않았을까...

만일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을 때 나는 과연 그렇게 뼈를 깎는 반성과 행동으로 속죄하는 길을 택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건 그의 운명이었어... 나는 다만 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야...라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지 않았을까...

 

명작 속의 주인공들... 레미제라블의 쟝발장,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 그리고 이 작품 부활의 네흘류도프까지

모두가 감동적이긴 한데...뭔가 깊이 공감되진 않는 것은 나의 심리상태가 삐딱해서 인가?

 

사실, 안구건조로 인한 염증 때문에 안 그래도 눈뜨기가 힘들었는데

갑자기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으로 인하여 공연 초반 이후 내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어서...

제대로 몰입을 못 한 탓도 있겠다.

막을 내리기 전에 한 번을 더 봐야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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