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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연극 "염쟁이 유씨" - 20130509

by lucill-oz 2013.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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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는 평일 밤시간, 이 어찌 그냥 보낼쏘냐...

해서 당일 관람 가능한 공연을 검색하다가 

원래는 다음주 석탄일에 갈까하고 생각했었던 연극 "염쟁이 유씨"를 보기로 했다.

 

서대문역... 대중교통으로 가자니 생각보다 멀다. 비도 오고...

한 삼십분 쯤 전에 도착해야지 했는데 겨우 십분전에 도착했다.

가뿐 숨을 진정시키며 겨우 무대사진 한 장 찍고 나니

프로그램북 훑어볼 시간도 없이 바로 시작이다.

 

 

 

단촐한 무대

그러나 관객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말도 건네고 술도 건네며 이끌어가는  

100여분을 혼자서 꽉 채우는 1인극이다.

관객 중 한 명은 기자가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극에 참여하게 된다.

그 밖에도 아들, 딸, 며느리 등의 역할을 맡는 관객도 있다.

 

염을 하는 과정을 본 일은 있지만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이해도 되지만 사실은 먼저 간 가족들 생각에 먹먹하기도 하다.

 

대를 이어 염하는 일을 해오던 집에서 태어난 그가 

처음엔 거부하던 그 일을 결국 업으로 삼게 된 계기며,

일을 하며 겪은 얘기들, 그리고 왜 이제 일을 그만두려 하는지

자신의 얘기와 아버지의 얘기, 그리고 아들얘기...

 

가업을 잇게 하려는 아버지는 염하는 일을 싫어하는 아들에게

삼년만 일을 배우고 나서 그 후엔 네 생각대로 하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아들은 할 수 없이 아버지의 조건대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아버지가 그 삼년을 못 채우고 돌아가시고 만다.

결국 염하는 가업을 잇게 된 유씨.

 

이에 반해 그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염쟁이가 되기를 원해서

어렸을 때부터 인형을 갖고 놀때도 시체놀이요, 노래를 불러도 곡을 한다.

유씨는 아들이 다른 일을 하길 원하는 마음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것과 반대로 삼년만 다른 일을 하고 오라고 말한다.

그렇게 집을 떠난 아들은 노동운동을 하다가 구년만에 시신으로 돌아오고...

그는 아들의 주검을 염하는 것으로 염쟁이 일을 마치려 했던 것이다.

 

이승의 마지막 모습을 단장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

그는 얼마나 많은 주검을 보았을 것이며

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삶의 모습을 보았을 것인가.

 

죽음을 앞 둔 사람이 삶을 더욱 간절히 원하듯이

죽음을 담담히 생각하면서 잘 죽기 위해 잘 살라고 말하는 유씨.

 

처음엔 웃고 즐기다보니 어느새 공연 막바지에선

그의 눈에서도 나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의 염쟁이 신현종 배우님...

 

날마다 무대에서 자신이 죽어야 하는 배역도 힘들겠지만

날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며 오열하는 일은 어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프로는 아름답다고 했던가요?

덕분에 좋은 공연 잘 봤습니다.

때마침 내려준 봄비처럼 가슴까지 적셔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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