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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 20140909

by lucill-oz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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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래 관극 스케쥴이 없었다. 솔양 때문에 나선 길이었다.

나이제한 때문에 입장은 안되는 공연 "더 데빌"을 로비에서나마 보겠다고... 참 내...^^

그렇다고 나까지 로비에 같이 앉아있긴 그렇고...

요즘 목상태가 많이 않좋다는 슈X를 보기도 좀 아깝고 해서 

눈여겨 봐두었던, 이 제목이 긴 작품을 한 번 보기로 했다.

추석할인, 게다가 현매 선착순 10명까지는 특별한 가격에 모시는 것까지는 모르고 온 건데^^

암튼, 여러가지로 기분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 시간인 세 시가 채 되기도 전에 누군가 나와서 대걸레질을 시작한다.

관객들은 그냥 스텝이려니 하겠지만 그는 노래방 주인 역의 홍우진 배우다.

처음 홍보 페이지를 보았을 때 사실 노래방 주인의 비중이 너무 없어서 의아했었다.

그런데 배우는 나름 스타급 배우라니? ㅋㅋㅋ

그는 오늘 나의 이런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

일년 공연하면 '전석매진' 이런 거 몇 작품씩 하는 배우인 자신에게 어째서 변변한 대사 하나 없는 이런 역할을 맡기느냐고 

시작부터 연출을 향해 투덜거린다.

그리고 무대세팅의 의도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까지 해 준다. 아, 물론 연출을 막 까대면서 말이다.ㅋㅋ

사실 알고보면 그의 역할은 친절한 해설자인 셈이다.

관객에게 작품의 의도를 친절히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혹시나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보는 관객들이 있는지 살펴

그들이 충분히 느끼고 젖어들 수 있게끔 말이다.

그런 역할을 아무나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그는 정말 잘 어울린다.

처음 '퍼즐'에서 봤을 때는 작품 자체에도 멘탈붕괴가 왔었지만 주인공인 사이먼을 연기한 이 홍우진이라는 배우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뮤지컬 '아가사'에서였는데 이런 면이? 싶으면서도 잘 어울린다고 느꼈었다.

헌데 오늘 보니까 연기라기보다는 그냥 뭐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싶다.^^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 역의 김용준 배우, 정말 리얼하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의 아버지, 미안한 마음이 큰 소리로 먼저 나와버리는 그런 아버지...

아들 역의 김대현 배우, 

중2병 걸린 사춘기 한가운데 있는 아이같다.


역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연인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대현이.^^

오늘부터 나는 '찌질한 대현이'로 부르기로 했다.ㅋㅋㅋ

오,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미안하다~~~!!! ㅋㅋㅋ

보면서 아, 정말 저런 남자 만나면 무섭겠다. 나중에 우리 솔양이 저런 놈을 만나면 어쩌지?

아~ 정말 짜증난다.

그래서 여자친구역의 박민정 배우의 연기가 실감나게 느껴졌다.  

아무리 극중이라도 저렇게 달려들면 정말 제대로 감정몰입이 되겠는걸~ 진짜 짜증나겠다... ㅋㅋㅋ


노래방의 소녀들, 진짜 반전이다.

캐스팅보드를 보면서 소녀1,2??? 싶어는데 으하하하...

정말 그들이 연극 제대로 살려줬다. 재미있게!!


잘 나가다가 갑자기 벽이 생기는 아버지와 재혼을 하려는 그녀

서로를 잘 이해해서 만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녀의 내면은 두렵다.

서로의 마음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고 흔들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도... 짠하다.


그들을 다시 이어주려고 노력하는 노래방 주인

카운터에 않아서 관객과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는

수시로 일어나 쓰레받이로 고정해놓은 회전 무대를 돌렸다 세웠다 붙잡고 있기도 하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YOU LIGHT UP MY LIFE를 콧소리로 부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MULTIFUL한 역할이다.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게 해 준다.

아울러 화장실을 놀이터로 꾸며놓은 그 의미 또한!

화장실이 본래의 목적 뿐 아니라 감정을 배설하기도 하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착안하여

역시나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어른들 또한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화장실과 놀이터를 같은 공간으로 설정했다는.


재미도 있고 은근한 감동도 있고 참 좋았다.

누구에게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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