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독특한 소재, 손톱으로 작품을 하는,
본명 대신에 '두 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그와의 교류는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그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손톱.
닳고, 때가 끼기도 하고, 부러지기로 하고, 화려한 색이 묻어 있기도 한 여러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손톱.
손끝을 보호하고, 멋을 내기도 하고, 나름의 소임을 다 한 손톱은 잘려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잘려나간 후 부터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버려야 할 것.
그는 그 잘려나간 '손톱'을 한 사람의 삶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존중한다.
그래서 "삶의 부산물"인 그 손톱을 모아 작품을 한다.
그런데 그 손톱이라는 것은 모아놓고 보면 좀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고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손톱을 모은다는 행위는 호불호가 있게 마련이다. 손톱으로 만든 작품 역시.
나는 손톱을 깍다가 문득 그의 생각이 나서 모으기 시작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만나서 주던지 우편으로 보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쓸모없어진 나의 일부인 작은 조각이지만 그의 손에서는 의미가 부여될테니까.
가족들과 함께 모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얘기해보니 남편은 거부감이 심했다.
그래서 혼자 모으기 시작했다.
손톱을 기르지 못하는 성격 탓에 길지도 않고 당연히 메니큐어는 잘 안 바르니
예쁘지도 않은 모양으로 잘게 잘린 손톱은 별 특징이 없어 보였다.
모아놓고 보니, 정말 나를 보는 것 같다.
자신을 표현하는 색의 손톱을 보내달라는 그의 말은 특정 색이 필요하다는 말일텐데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억지로는 잘 안된다.
한 차례 모은 손톱을 그에게 보내주니 그에게 답장이 왔다. (2015년이었단다.)
그 후로는 신경써서 모으는 것도 좀 귀찮은 일이라 한동안 안 모으다가...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그의 꾸준한 작업을 보며.
그는 소신에 따라 정치적인 일도 환경에 관한 일도 사회현상에 대한 일에도
말이나 생각만이 아닌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손톱작업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고, 그 마음을 손톱 모으는 일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러다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이번엔 직접 전해 주기로 했다. 작품도 직접 볼 겸.
전시장인 마린아트센터는 처음이었는데 출발지인 강남에선 좀 멀었다.
관객을 위해 작가가 직접 나와서 주차안내까지 해 주시고... 황송.
설명을 들으며 작품도 보고 기증도 하고
본의 아니게 아트센터 대표님과 함께 열띤 3인 토론에 합류하게 되었다. ^^
그의 고집스러운 주관에 대한 염려(조금 더 산 사람의 입장에서의)와 더불어 지지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예전에 받은 손톱으로 어떤 작품의 어느 부분을 만들었는지 폐북을 통해 알려주심.^^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저 호미는 작가의 할머니께서 쓰시던 호미이고, 한 일가족이 함께 모아 기증해 준 손톱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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