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제목과 출연배우들에 이끌려 예매.
차지연, 박영수, 노윤 캐스트
공연을 보기 전부터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그 배역을 차지연 배우가 한다니 미리 상상이 되는 듯 했다.
그래서 원작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공연 전까진 잊고 있다가 공연장에 들어가 막이 올라가길 기다리며 책을 주문했다.
나중에 책을 읽고 나니 미리 안보길 잘했다는 생각과 책하고 똑같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오랫만에 보는 박영수 배우 또한 궁금했는데 괜찮았어!
평생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을 전설의 킬러 조각.
평생 마음속에 '류'만을 간직하고 살던 조각은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의 신체적 변화에 주목하며
또한 자신의 마음까지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떠돌이 개를 거두고 강박사의 아이를 걱정하고.
킬러도 사람이니까.
어린 시절, 출장간 엄마 대신 자신을 살뜰히 돌봐주던 그녀에게 아버지를 잃었지만
잊어버려! 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진 그녀를 잊지 못하는 투우.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그녀를 찾았지만, 실은 그 순간의 모습에 배신감과 매력을 동시에 느꼈었던 투우.
그 뒷모습에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의 뒤를 좆아 킬러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마침내는 업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위치에 올랐다. 그녀를 찾겠다는 마음 하나로.
그런 투우가 마침내 중년이 된 그녀를 확인한다.
이젠 그저 업계의 의리상 비교적 쉬운 의뢰만이 들어오는 한물 간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 건재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많이 애써야 한다. 몸이 젊을 때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그녀가 그 날처럼 여전하기를, 녹슬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꾸 자극하는 투우.
한창인 나와 그녀가 동등하게 대결을 할 수 있을까를 살피며.
투우는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었을까?
원수이자 우상인 그녀에게, 내가 당신의 뒤를 이어,
이렇게 당신을 능가하는 뛰어난 킬러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까?
어린 시절, 잠시나마 소년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녀에게 말이다.
그 마음이 느껴져 안쓰럽기도 하고...
투우와의 대결.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투우가 그 아이였음을 생각해 낸 조각.
이런 인생도 있었으려니...
책을 보고 나니 원작에서의 대사체를 입체적으로 들었구나 싶다.
더 이상은 젊지 않은, 그렇다고 아직 노인 대우 받기엔 이른 60대 중반의 여자.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는 내 나이가 그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 있기 때문일까?
그녀가 남은 인생을, 얼마간이라도 부디 솜이불같은 날들을 살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류와 조각의 인생처럼 서늘한 무대와 슬로우한 액션이 보여주는 느낌은 묘한 슬픔이다.
원작에서의 조각과 투우의 결투장면은 영화로 리얼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상이 된다.
킬러들의 세계가 진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작품이니까)
캐릭터들에 대한 서사와 묘사가 무척이나 매력있었다. 무대에서의 배우들의 표현 또한.
뮤지컬에서 애정배우들 만난 것이 오랫만이어서 더 좋았던 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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