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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프라이드 - 20141104

by lucill-oz 201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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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캐스팅으로 보려했으나 너무 늦게 예매를 해서 그런가, 그런 조합은 찾기가 어려웠다는...

그래서 2014 쓰릴미에서 못 만난(ㅠ) 정상윤 필립으로 재관람을.

 

재미있는 것은 배우가 달라짐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진 실비아는 김지현 실비아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지현이 좀 서구적이라면 김소진은 좀 더 동양적인 느낌이었다.

최대훈의 멀티는 김종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박은석 올리버는 시기를 오갈 때마다 목소리 톤이 매우 달라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좀 더 어리고 앙탈스러운 올리버?^^  

 

 

1958년.

실비아는 왜 필립과 올리버를 만나게 하는 일에 많은 생각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그들 세 사람이 만난 그날 밤, 왜 올리버는 그렇게 필립을 힘들게 했을까...

실비아와 필립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그들 사이에선 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 침묵은 필립에게서 나오고 있었는데,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하지도 못했고 스스로가 뭘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는 실비아에게 별 불만은 없었으나 그들 사이에는 실비아가 원하는 진짜 사랑이 없었다.

그들 사이의 것은 애정이라기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수년 전, 필립은 실비아의 동료인 리처드 코블리와의 잠깐의 만남이 있었다.

실비아는 리처드가 필립을 바라보는 눈빛에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역시 그를 바라보는 필립의 반응을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리처드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필립이 리처드를 바라보던 그 눈빛과 말없이 올리버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닮아있었다고 느낀 것 같다.

어쩌면 실비아는 올리버의 성정체성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필립과 올리버가 서로 만나는 일에 대해서 신경이 쓰였을지도.

 

실비아는, 자신이 그토록 아이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고 했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남겨질 '침묵'이 두렵다고 했다.

서로의 눈빛이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에 머물게 될 그 어느 시간들에 대한 두려움.

아이가 있다면 그 시간들을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필립은 올리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느끼는 어떤 공허감에 대한 정체를 알지 못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물려받은 가업, 홀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의무감 속에서 살아온 그는

아내 실비아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녀의 공허, 고독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면 그 자신이 스스로 고립된 고독한 상태이므로.

그리고 그는 실비아를, 또 자신을 잠 못들게 만드는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한다.

올리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러나 올리버가 그의 앞에 나타난 이후 그는 혼란에 빠진다.

올리버와 함께 잠시나마 느꼈던 행복감, 진심으로 느껴지는 사랑, 

그리고 올리버의 행동에 대한 불쾌감, 아내 실비아에 대한 죄책감... 

복합적인 감정... 그래서 그는 다시 스스로를 가두려고 한다. 

온전한 자신을 꿈꿨지만 그럴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겐 없다. 차라리 그를 잊고 싶다.

 

그런 필립을 흔드는 올리버.

올리버 역시 잠 못 드는 밤이 많은, 영혼이 길을 잃은 외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필립을 만난 이후로 스스로의 정체성에 눈을 뜬다.

그리고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노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필립에게도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 것을 원한다. 그가 사랑하는 필립에게...

 

그렇게 이들 세 사람은 각자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사이면서도 각자 외로운 상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외로움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조차 두려운 시대에 살고 있었다.

필립의 치료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래서 필립은 올리버에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침묵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올리버는 온전히 자기자신으로 살 수 없다면 무의미한 삶이라고 단언한다.

 

실비아는 모두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최고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2014년으로 표기되는 현재.

그들의 정체성을 숨겨야하는 시대는 막 벗어났으나 선입견은 여전하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그리고 필립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 올리버.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든 필립.

그리고 그 둘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유일한 이성애자 실비아!

그녀는 여전히 현명하다. 그리고 올리버보다 더 올리버를 잘 안다. 훌륭한 우정을 보여주는 그녀.

 

그들은 이제 각자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닿기 위해, 서로의 마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 셋은 모두 노력한다.

실비아는 마리오를, 올리버는 필립을, 필립은 올리버를.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르다는 것이, 사회가 인정하고 허용하는 범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이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장애가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장애물들 중 하나를 그들 역시 겪고 있을 뿐.

 

목소리... 잠 못 드는 밤... 길잃은 영혼...

괜찮아, 다 괜찮아 질 거야...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이런 키워드들이 조화롭게 연결된 좋은 대본이었다.

퇴장과 입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과 장 사이의 연결도 새로웠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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