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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M BUTTERFLY - 20150421 이석준/김다현

by lucill-oz 201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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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을 다 확인했다!^^

유연수 배우는 굉장히 코믹한 뚤롱이었다.


관극 후에 유난히 그 여운이 긴 작품들이 있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이지게 만드는, 혹은 쉬이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맴돌게 만드는.

M BUTTERFLY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다.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플북을 새벽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작년 것까지 꺼내서 비교해 가면서.

참, 연강홀 옆방인 SPACE 111에서 하는 '차이메리카'를 예매했다.

중국에서 일어났던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한 동서양의 관계에 대한 작품이라기에

이 작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보면 볼수록 작가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실화와는 다른 결말로 이 이야기를 정말 아름다운 그림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두 사람이 재판 이후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르네의 실제 모델인 버나드 브루시코는 자신의 성적성향을 인정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고...

연극에 감정이입을 깊이 하다보면 배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죽음'이란, 끝을 맺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완벽한 방법이다.

버터플라이의 모습으로 최후를 택한 르네를 통해서 그는

환상 안으로 스스로를 봉인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을 감동스럽게 보여준다. 


가장 기대했었던, 작년에 보지 못했던 이석준 르네와 김다현 송 페어다.

김다현 송은 그야말로 팜므파탈과 옴므파탈을 동시에 지닌 송의 캐릭터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삼연배우의 저력이랄까? 어쨌든 김다현은 개인적으로 작년 이 작품 이후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처음부터 송의 입장에서 보기로 했다.

첫 만남 이후, 계획적으로 르네를 유혹하는 송의 입장으로.

송이 대사관저에서 공연하는 경극배우였다면 중국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는 배우였다고 볼 수 있겠고 

그리고 그들이 만난 첫날 르네의 호감을 목격한 이가 있다면 (이를테면 '친')

르네의 호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처음부터 계획적인 접근을, 아니 유혹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공연장으로 르네를 불러낸 것도, 그를 집에 들인 것도,

한 마리 파들거리는 작은 새처럼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발길을 끊은 르네를 기다리다 지쳐 매 주 편지를 보내는 행위도 어쩌면 

그를 조련하는 일종의 밀당을 거쳐, 근사하게 져주는 형태를 취함으로서 

르네로 하여금 '남자로서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니었겠는가.

남자이기에 알 수 있는, 그렇게 남자의 심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양성의 소유자 송 릴링.

르네는 송의 계획대로 움직여진다.

송이 부영사 진급을 하던 날 그는 소리쳤다. 나의 신은 '남자'였다고.

르네는 어려서부터 남자로서 위축되어 있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결혼 후에도 아내인 헬가로부터는 제대로 남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르네.

(헬가는 퇴근하는 남편의 옷을 받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남편의 늦은 귀가에 잠옷을 얼굴에 뿌리듯 던진다.)

그는 그렇게 '남자'로서의 자신감이 결여된, 그저 그런, 별 매력도 없는 사내인 자신에게

'남자'로서의 자부심을 안겨 준 송이 매우 고맙고 소중하다.  

마치 오페라 나비부인의 형편없는 사내 핑커튼에게 감동적인 모습으로 목숨까지 바친 쵸쵸상처럼. 


사실, 남자들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여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자의 치장이, 내숭이, 누굴 위한 것이겠는가.

남자에게 여자로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

그렇게 남자의 사랑을 오롯이 차지한다는 것은 그 남자를 향하여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는 것이다.

그리고 현명한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작전은 

자기의 남자가 남자로서의 자부심, 혹은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부추기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송 릴링은 바로 이러한 심리를 적절히 이용하였던 것이다. 

 

르네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도 송은 인내함으로써 그를 잡아둔다.

(소녀 르네의 꼬맹이론!!! ㅋㅋㅋ)

르네의 테스트를 통과했다고나 할까. 고도의 전략가다.

그러나 배우가 무대에서 그 배역에 몰입하여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면 실감나는 연기를 할 수 없듯이

송 역시 르네의 연인을 연기하면서 그를 정말로 사랑했을 것 같다.

진심이었든 계략이었든,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상대역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


그래서 오늘 두 사람의 대립씬에서의 송의 대사는 진정성있게 들렸다. 

간첩으로서의 행위는 그의 존립에 관계되는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적어도 그가 르네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렇게 단순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을 비난하기보다는, 혹은 누구의 어리석음을 조롱하기보다는

그저 안타깝고 안쓰럽고 가슴이 아픈 일이다.  

두 사람의 세월은 르네가 자신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시간들이었다면 

송에게는 생존과 결부된 일이자, 

동시에 르네의 환상 안에서 그와 함께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함께 한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재판 장면에서 송과 판사의 대화 중

'... 그리고 저는 동양인이기에 완전한 남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라는 대사는

그의 안에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말이 때론 억지스러운 자기변명처럼 들리는 날도 있었는데 오늘은

'서양 남자인 르네를 진짜로 사랑하는 동양 여인'으로서의 본인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자기를 너무나 강렬히 부정하는 르네. 심지어는 양복 자켓마저 불결한 물건인 양 던지는 르네에게

'이건 당신들이 즐겨입는 알마니예요'라고 말하는 송은 늘 안타깝다.

어찌되었든, 오랜 세월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그토록 철저히 거부당하는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는 늘 르네보다 송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곤 했다.

"나는 상상 그 자체"라고 소리치는 석준 르네는 이 대목에 이르면 늘 탈진상태가 되고 만다.

그래서 마지막 자결장면은 진짜 기절하여 쓰러지는 것 같다.  


마지막 씬, 송이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라고 할 때

처음엔 사랑스런 연인을 부르는 여성으로, 두 번째는 애증을 가득 담은 차가운 눈빛의 남자로 뱉는데

... 소름이 돋는 듯했다. 



오늘 두 사람은, 내가 그 동안 본 중 가장 처절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 여운이 오래 가는지도...



연강홀 가는 동안 차 안에서 '뮤지컬 이야기쑈 이석준과 함께'를 들으면서 갔는데  

무대 위 르네도 이석준 배우고

끝나고 집에 가려고 차에 오르니 휴대폰이 블루투스로 자동 연결되어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나온다.

몇시간을 그렇게 익숙한 목소리를 듣다보니 웬지 진짜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져...ㅎㅎ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세지를 보냈다. 잘 봤다고. 

다현 송과의 합이 특별히 더 좋아보이더라고 했더니 

세 사람의 송이 다 다른 아픔을 주더라는 답장이 왔다.^^

아~~~ 문제는 거기에 있다.

그렇게 다른 아픔을 주는 송이 '셋'인데다가 또 그렇게 처절한 르네들이 '셋'이라는 점.

그러니 어찌 전 페어를 다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지 않겠는가.ㅋㅋㅋ

게다가 뚤롱, 마끄, 소녀 르네마저도 더블이니... 이건 고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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