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두 번 보고, 이번이 세 번째 관극이었다.
작년보다 넓어진 무대
초연과 재연배우들의 합류로 더 넓어진 캐스팅의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담!^^).
궁금하던 정동화 송과 뭔가 익숙한 느낌의(작년에 한 번 밖에 안 봤는데도 불구하고) 이석준 르네로 관극.
그간 정동화 배우의 얼굴이 여성적인 라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와서 그런지
평소 남자치고는 많은 애교와 수다, 눈웃음에도 불구하고 !
오늘 송에게서는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보다는 그냥 남자배우 정동화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 것 같다.
목소리 변조도 좀 약했고 좀 아줌마같은 분위기?
남자로 돌아갔을 때도 너무 딱 붙여버린 머리 스타일이 예쁘지 않았고
이건 가발을 써야 하니까, 별다른 스타일을 낼 수 없으니 이해해 주길 바람!으로 보인다.
(이건 다른 송들도 마찬가지)
미쓰 송! 일때의 머리라도 좀 길었으면 싶었다.
송의 미모가 중요한 이유는!!! 변신 후 반전의 충격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찌질하면서도, 한편 아주 남성적인 이미지의 이석준 르네.
역시 좋았다. 만족. 그의 대사처럼 설득력 있는 르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서서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바와 많이 달라서.
이게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배경이 너무 밝고... 그래서 집중력을 좀 약화시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론 작년 아트원에서의 무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작은 무대지만 감옥 안의 느낌, 중국스러운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해 주었다는 느낌이어서 정말 만족스러웠었는데...
공연이 점차 진행되면서는 조명 필터?의 그림자가 배우들 얼굴에 떨어져서 어지럽고
벽쪽에 매단 나무들은 조명효과로 신비감과 공간감을 주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산만해보였다.
무대의 좌측에서부터 감옥, 르네의 집, 계단, 르네의 사무실, 송의 집 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무대에서
SPOT LIGHT로 공간을 구분할 때는 배경이 좀 어두워야 SPOT 효과가 제대로 사는데
배경이 너무 밝다보니 조명이 오히려 관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송의 집 쪽에 있는 홍등만 놔두고 나머지 등을 없애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그림자도 줄이고 조도도 좀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업다운을 시키던지...
극 후반 새장 모양의 그림자도 그 임팩트가 생각만큼 강하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극 중간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송이 경극씬에서 르네가 계단 위 무대를 바라보면 음악과 함께 문이 열리며 무희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오... 실제 공연 중의 이런 사고를 직접 목격하게 되다니!!!^^
공연을 끊고 스텝이 올라와 사과를 하고 무대 위의 배우가 잠시 퇴장하고...
원래는 없는, 의도치 않은 자체 인터미션을 가진 후, 약 십분 쯤 후에 다시 이어진 공연.
흐름이 깨져 일순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이후의 공연은 좋았다.
게다가 보상의 의미로 무료관극의 기회를 주시겠다니!!! 땡큐!!
좀 더 예뻐진 동화 송을 기대해 봐도 되려나?
이러다 정말 전 페어 다 찍을 듯...ㅠㅠ
사실 그 동안은 그냥 스토리만 따라가며 재미있게만 봤었는데.^^
오늘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이 극의 구조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극은 극중 극의 형식을 갖고 있다.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 안에서 자신의 최후를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연극의 형식으로 최후 자기 변론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환상을 사랑했었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지만...
끝까지 나를 환상 안에 가두고 싶어...라는 독백을.
그러니까 르네만 극중 인물이자 나레이터이며 나머지는 모두 극중 극 속의 배역들이어서
르네의 기억과 상상 속에서 잠시 동안만 소환되는 것이다.
송의 대사들은 이런 상황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친의 등장에 당황한 르네에게 "이 여자가 없으면 어떻게 관객들이 우리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라든가
"자 르네, 이제 당신의 얘기를 계속하세요", "당신도 알잖아요, 내가 변신해야 한다는 걸" 등의 대사 말이다.
이걸 상기하자 나머지 배역들의 등장과 퇴장하는 형식들이 더 이해되고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러한 형식은 극을 무겁지 않은 느낌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르네의 독백과 나레이션은 아주 자조적으로 들린다.
자신이 온 세상의 웃음꺼리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되뇌이면서 말이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객석 이곳저곳에선 르네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있었다.
나는...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릿했다.
르네 갈리마르라는 사내가,
사랑을 잃은 것과 동시에 무려 이십년을 누려왔던 그의 환상을 잃고 울부짖는 모습에.
기모노와 흰 분칠로 자신이 오히려 그의 버터플라이였음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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