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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 20150325

by lucill-oz 201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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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밌다. 

웃겼다가 찡-하다가 다시 웃기고 그러다가 가슴을 저리게도 만든다.

 


경숙이 아버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희생적인,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처럼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아프고 고통스럽게 겪어낸, '가족'의 아버지가 아니다.

'집은 여자들이 지켜라, 난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거침없이 뱉어버리는 가장.

같은 전쟁을 겪었어도, 그의 행태는 놀라을 정도로 황당하다. 

 

그는 아주 뻔뻔하리만치 이기적인,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사랑만이 소중한, 못된 아비이자 남편이다.

그의 대사는 때론 어처구니가 없기까지 하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간의 정이란게 무엇인지 경숙인 아비가 원망스러우면서도 늘 그립다.

그의 아내 경숙어메는 오로지 남편의 애정에 목말라 있다. 바보처럼.

아마 그녀가 꺽꺽아제에게 혹했던 것도 그의 자상함 때문이었겠지.

그런 남자, 이 시대 최고의 나쁜 남자 경숙아베는 무슨 생각으로 딸의 졸업식장에 나타났을까.
그가 정말 경숙이의 아이를 살린 걸까.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언제나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희생, 봉사한 사람'이라면

대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겉으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속정이 깊은,

자신의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견디며 가족의 기둥이자 대들보같은 역할을 해 준 사람일 것이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고...

그러나 사실 그 아버지들 중 어떤 이들에게는 끓어오르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와,

그저 마음이 이끄는대로 바람처럼 살고싶은 본능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라는 이름의 남자들도 있었으려니!

경숙이 아비처럼 말이다.

어쩌면 중년의 아버지들은 연극을 보면서 경숙 아버지에게 은근히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도 한심한 가장이라는 한탄과 더불어 묘한 쾌감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본다.

나역시, 경숙아버지에게는 분개하고, 경숙엄마는 안쓰럽고 (다른 의미에서 분개스럽기도 했다),

경숙이가 가여웠으나...

어쨌든, 이 나쁜 남자의 마약같은 매력이 통한걸까?

무대 위에서 보여준 이 진정 나쁜 남자가 조금은 이해해주고도 싶어지니 말이다.^^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실감나는 연기에 울고 웃었다.

나도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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