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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해롤드 앤 모드 - 20150225

by lucill-oz 2015.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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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살 소년 헤롤드는 자기 안에 갇혀 성장이 멈춘 상태다.

과학실에서의 실험 중 폭발사고로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엄마를 본 후 

그의 유일한 낙은 자살 퍼포먼스로 엄마를 놀래켜 주는 일 뿐이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듯이.

헤롤드의 엄마는 아들을 이해하려 하지만 방법을 몰라 그를 정신과 의사에게 소개시키기도 하고 

결혼을 하면 나아질까 하여 결혼 정보회사에 등록하여 아가씨들을 줄줄이 데려오나 모두 실패한다.

그런 헤롤드의 취미는 (죽음을 동경하는 소년답게) 장례식장에 가는 것.

어느 날 장례식장에서 헤롤드는 엉뚱한 할머니 모드를 만난다. 이상한 할머니야...

그리고 며칠 후, 헤롤드는 묘지에서 모드와 반갑지 않은 재회를 하는데...

모드는 팔십세의 노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에너지는 도저히 그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이러저러한 사건에 휘말려 헤롤드는 뜻하지 않게 모드 할머니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어간다.

그녀로부터 춤과 노래를 배우고, 술과 담배도 배우고, 악기와 요들도 배우고,

나무에 오르는 법도 배우고, 노을을 바라보며 벅찬 감동을 받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을 알아가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경험을 선물해 준 모드에게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팔십세가 되는 모드의 생일을 맞아 헤롤드는 모드에게 청혼하기로 하고 그녀를 위해 파티를 준비한다.

꽃과 샴페인, 연주와 노래, 그리고 청혼 반지를.

그러나 모드는 이미 오래 전에 계획한 대로 팔십세가 되는 생일에 죽기로 한 결심을 했었고

그날을 위해 하나씩 주변정리를 하고, 헤롤드가 오기 전 이미 약을 먹은 상태.

모드는 인생의 마지막에서 뜻하지 않게 해롤드를 만나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행복한 이별을 맞이하지만

혼자 남은 헤롤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지만 모드는 헤롤드를 성장시킬 것이고 그의 마음속에 영원한 연인으로 남을 것이다.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음성의, 꼭 실제로 보고 싶었던 노배우 박정자와

요즘 한창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사랑스러운 젊은 배우 강하늘.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쪽은 어린 헤롤드보다 모드 할머니였다. 

어찌 보면 나이값 못하는 주책맞은 노인이라고 보일만도 하건만,

마지막 순간까지 불꽃같은 삶을 살아가리라 작정한 그녀는 모든 행동에 거칠 것이 없다.

사는데 있어 내것 네것의 구분도 없고, 생각한 것을 실행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살아온 날이 길었던 만큼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소중하고 지혜로운 잠언이다.

특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기장 밖에서 할 말이 없다"는 말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수 많은 헤롤드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지금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이것 또한 사라져간다"는 말이 위로가 될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살아있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어리고 반항적이기기만 했던 헤롤드의 마음을 스스로도 모르게 활짝 열어 주었다.

그리고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주연배우들의 나이차이가 많아서 인지 관객층도 다양한 것 같았다.

가족단위도 보이고, 특히 장년층의 여성관객들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층의 관객이 많았다.

각자 애정하는 배우들을 보고자^^

박정자 배우는 정말 그 자신이 진짜 모드라고 해도 될말큼 사랑스러운 할머니였다.

강하늘 역시 순수한 철부지 해롤드와 정말 잘 어울려서

두 사람의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멋진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헤롤드 엄마 역의 우현주 배우는 연극 '사회의 기둥들'에서 아주 굵직한 목소리로 

거의 남성에 가까운 이미지의 선굵은 연기를 보여주었었는데

이번엔 아주 여성스러우면서도 코믹하기도 한 모습이 새로웠다.


결혼 정보회사에서 보내준 세 아가씨 역의 이화정 배우는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아주 독특해서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나 연극배우 썬샤인 역에서 그녀가 헤롤드에게 키스하려고 하자 객석에서는 비명이~~


모드에게 엉겁결에 차를 도난당하는 신부님이나, 그런 그녀를 체포하려고 따라다니는 경위나

모두 속내는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더욱 좋았다. 따뜻한 느낌!


재미와 감동, 지혜와 위로를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국립극장의 달오름 극장은 처음이었는데 좌석 선택이 좋지 않았다.

좀 늦게 예매를 한지라 좋은 좌석이 없어 2층 우블럭 2열의 통로쪽 두번째 자리였는데 무대 앞열이 많이 가렸다.   

중앙 블럭에서도 2열은 약간의 시야방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2층을 잡으려면 차리리 3열을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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