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한국어 사전
중독 [中 毒 ] 술 이나 마약 따위 를 계속적 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 이 없이 는 생활 이나 활동 을 하지 못하는 상태 , 빠져 계속적 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 이 없이 는 생활 이나 활동 을 하지 못하는 상태 가 되다.
- 관계 기사글 중에서
작품의 묘미는 에피소드의 짧은 시간, 순간적인 상황만을 포착해 낸다는 점이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다른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는 증오와 불신은 마치 ‘중독’과 같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왜 제목이 '중독'인가?
'갈등'이나 '딜레마'이거나, 혹은 '관계'나 그런게 아니고...
다섯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인가를 '중독'이라는 제목을 빼고 생각해 보았다.
의식적으로 느끼지 않으려고.
1. 살인
중년남자는 자신을 죽을만큼 구타하고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젊은남자를
오래 관찰한 후 용의주도하게 납치해 온다.
그리고 묻는다. 왜 하필 우리였는가? 그날 우린 아주 우연히 그곳을 지나간 것 뿐인데 왜?
그러나 젊은 남자의 기억속에는 없는 일이라는 허무한 대답을 듣고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만...
중년 남자는 과연 젊은 남자를 쏘았을까?
그리고 그의 계획대로 또다른 범인을 찾아 똑같이 복수를 했을까?
(갑자기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생각난다.)
아니면 극도의 허무감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을까?
왜냐면 그 젊은 남자 역시 어떤 부모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2. 구입
젊은 남자는 한때 거리의 생활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지만
지금은 어엿한 회사에서, 그것도 초특급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상사는 그에게 모든 특전을 내리는 조건으로 그의 몸에 새긴 문신을 지울 것을 명한다.
갈등하는 젊은 남자.
젊은 남자는 그 문신 하나하나에는 지난 날의 기억이 새겨진 것이라며 그의 상사를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상사는 명료한 선택지를 젊은 남자에게 던져두고 사라진다.
그 젊은 남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혹시 우울한 지난 날들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그는 문신을 자기 자신의 지난 삶과 일체화시켜서 생각한다.
그가 그런 생각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일까?
3. 사랑
마약상인 젊은 남자는 그의 고객인 중년남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그는 약속을 아주 잘 지켜온 고객이므로.
그러나 중년남자는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젊은 남자는 긴장하여 그를 의심한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중년남자는 말 할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
겨우 그 중년남자가 내가 너의 아버지라는 말을 하며 지난날에 대한 변명을 하고자 하나
젊은 남자는 그를 부정하며 그를 쫒아낸다.
중년남자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테이프 하나를 두고 나가는데.
젊은 남자는 과연 그 테이프를 보았을까?
그걸 보고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손도 대지 않고 쓰레기통에 쳐박고 끝내 저주를 퍼부었을까?
만약 그 젊은 남자가 그간 아버지를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왔다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가 어떤 선택을 했던간에 그 힘은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 같다.
4. 고독
같은 고아원 출신의 두 남자는 죽은 원장의 편지로 만나게 된다.
처음엔 같은 경험으로 인한 동질감으로 웃으며 대화를 시작하지만
'안나'라는 이름이 나오자 중년남자는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은 거칠어지고 둘은 격투를 벌이다 쓰러져버린다.
가장 집중하기 어려웠던 에피소드였다.
원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아니 기억에 대한 차이?
젊은 남자는 원장을 존경하고 그를 닮고 싶어한다.
그리고 중년남자의 출세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중년남자 역시도 어렸을 때는 젊은 남자와 같은 생각을 했었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원장을 위선적이고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아마도 합일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가장 궁금한 것은 대체 원장은 진짜로 어떤 사람이었나 하는 점이었다.
5. 마지막
젊은 남자는 술에 취한 자신의 아버지를 의자에 묶어 놓고 그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그간 알콜중독에 빠진 그 아버지가 그에게 했던 것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겠다는 듯이.
늘 아버지의 폭력 앞에 떨어야 했던 아들이
그렇게 해서라도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담배를 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들의 절규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하다.
이에 격분한 아들은 결국 아버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움직이지 않는 아버지를 흔들며 오열하는 아들.
그 부자의 소통은 과연 가능했을까? 그들의 살아 생전에 말이다.
아들은 정말 아버지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을까?
암전 속에서까지 멈추지 않는 아들의 절규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보기 전부터 주제감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관극에 힘이 들지 않는다. 그저 느끼면 그 뿐.
그런데 관점에 따라서 그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은
솔직히, 혹시 내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난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서...^^
기사글 중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는 증오와 불신은 마치 ‘중독’과 같은 상태'라는 말로
이 작품의 주제를 표현했으나 사실, 한눈에 무엇을 느껴야 할 지가 파악되지는 않았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과연 적절한 표현일까...하는 의문을 계속 갖게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상사와 부하직원, 아버지와 아들, 같은 고아원출신의 세대 차이가 좀 있는 두 남자,
그리고 다시 아버지와 아들. 그들 사이의 밀도 높은 갈등.
각 에피소드가 모두 갈등의 최정점의 찰라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게다가 각각의 이야기들은 어떤 결말도 보여주지 않은 채 끝나 버린다.
사실 김광보 연출의 적극적인 홍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유성주'라는 배우가 궁금해서 보게 된 작품이다.
'M BUTTERFLY '나 '사회의 기둥들'에서 잠깐씩 보면서 내공이 있는 배우구나 싶어서
언젠가 그의 독상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차에 만나게 된 작품이다.
바로 일이미터 앞에서 직접 대하면서 느껴지는 에너지, 단단한 목소리, 매우 좋았다.
젊은 남자 역으로 나온 정연준 배우는 그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친구의 젊은 시절의 눈빛을 닮은, 그렇지만 좀 더 열정이 가득하고 순수해 보이는 눈빛.
그도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한다면 어느 싯점에는 그만의 색이 드러나는 배우가 될 것이다.
극단 '청우'의 소극장 "혜화동 1번지" 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협소한, 극장으로서는 썩 좋지 않은 공간의 구조. (직업적 시선을 버릴 수 없는)
객석이 모자라 바닥에 좌식 의자를 놓고 관극을 해야 하는.
그러나 그 장소에서 그런 만석을 채울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극장을 맨 마지막으로 나오다가 객석의 단을 발견하고 급하게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오래된, 누적된 시간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거칠고 투박한, 그러나 정성이 엿보이는.
그리고 그 동안에 이 공간 안에서 생겨났었을 에너지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1981년이나 82년 쯤? 아니면 그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양 중앙시장 안 한 건물의 지하에 소극장이 있었다.
이름이 '안양사랑'이었던가.
그곳엘 혼자 가서 연극을 보았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마도 오이디푸스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주 작은 공간에, 등받이도 없는 벤치형의 의자, 몇 명 안되던 관객.
좀 어렵게 느껴졌던 기억. 이해는 잘 되지 않았으나 만족감을 느꼈던 기억.
당시엔 안양에 시동인 모임도 있었고 어느날 '고 은' 시인이 초빙되어 강연을 온 적이 있었다.
거기서 '의자'라는 시를 직접 시인의 육성으로 들었던 영광스러운 기억도 있다.
(그날 난 과감히, 몰래 자율학습을 빼먹고 역시 혼자서 늦은 참석을 했었고 그곳은 이미 만석이었다.)
"혜화동 1번지" 는 그곳을 떠올려 주었다.
지금도 안양에 문학동인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난 대학엘 입학하면서부터 문학과도, 연극과도 멀어졌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멀리 돌아서,
내가 좋아하던 일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나를 반겨 맞아주는,
마치 그시절의 나로 되돌려주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 장소였다.
동인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극단 '청우'에 대해서 아직 나는 잘 모른다.
앞서 보았던 'M BUTTERFLY'와 '사회의 기둥들'을 연출했던,
그리고 페이스북의 친구!!인 김광보 연출이 대표라는 점 외엔.
(아, 어제 극장 계단에서 마주쳐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러저러한 여러가지 기억의 형상들이 조각보처럼 엮어져
아련하고 정감이 가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연극 '중독'은 그렇게 배우 유성주와, 극장 '혜화동 일번지"와,
그리고 아련한 추억들과 함께 남을 것 같다.
덧 - 20141229
오늘 아침, 세수를 하다가 문득 이 '중독'이라는 제목을 이해했다.^^
각자가 지금 상대에게서 느끼는 갈등과 대립의 상태에서 과연 벗어날 수가 있겠는가?
아들을 죽인 남자에게 총구를 겨눈 아버지는 그를 쏘았어도, 혹은 쏘지 않았어도
죽는 순간까지 괴로울 것이다. 후회, 원망, 분노, 자책...
엄청난 거래의 유혹 앞에 놓여진 남자는 어떤 결정을 했어도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두고 간 테잎을 아들이 보았던 보지 않았던
아들은 스스로 만들어 온 아버지라는 자기 마음속의 대상과 끊임없이 싸우게 될 것이다.
마지막의 두 부자간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은 죽을 때까지 아버지라는 이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고독의 두 남자는 원장을 바라보는 서로의 극명한 시각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발생된 스스로의 가치관, 삶의 철학을 부정할 수 있을까?
그들이 그 갈등의 순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들이 상대에게, 서로에게 벗어나기 어려운,
마치 무엇에 마약이나 알콜중독과 같이 누군가에게 중독되어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는,
그 증오의 힘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상태.
한 사람은 중독된 사람, 또 한 사람은 그 중독제를 제공한 사람.
그들의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잊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728x90
'관람후기 > 연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늘근도둑이야기 - 20150208 (0) | 2015.02.09 |
---|---|
취미의 방 - 20150109 (0) | 2015.01.13 |
맨 프롬 어스 (MAN FROM EARTH) - 20141130 (0) | 2014.12.01 |
사회의 기둥들 - 20141126 (0) | 2014.11.30 |
프라이드 - 20141104 (0) | 2014.1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