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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취미의 방 - 20150109

by lucill-oz 201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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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 - 서범석 / 가네다 - 남문철 / 미즈사와 - 김늘메 / 도이 - 지일주 / 미야지 - 백은혜


이렇게나 많이 웃게 될 지는 몰랐다. 정말 재밌게 만든 이야기다.

아, 역시 오타쿠가 많은 일본다운 발상이 아닌가!

게다가 방송과 무대를 오가는, 대극장과 소극장을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사실, 이 공연의 리플렛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작품 자체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아, 정말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저절로 행복한 상상이 되지 않는가.


사실 얼마 전부터 나도 비슷한 상상을, 아니 소원에 가까운 희망사항을 하나 갖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한 2년 정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일도 하고, 게으름도 피우고, 해보고 싶었던 일에 집중하면서 오롯이 스스로를 위한 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꺼낸 내 얘기에 남편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는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아마 1년이면 충분할 거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를 그 날을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사실, 문제는 남편보단 우리 아가씨겠지만 말이다.^^

뭐, 이루어질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해도 

살면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행복해지는' 무언가를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 연극은 그 상상을 실제로 구현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퇴근을 하기 전, 그들은 '그 남자들'만의 공간으로 모여든다.

특별한 재료로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아마노는 그가 만든 요리를 먹어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또한 행복이다.

멀쩡한 정신과 의사 가네다는 건담 프라모델에 대해서만큼은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빠져 있다.

고서 수집의 취미에 빠진 미즈사와는 고서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 장갑은 필수!

자신의 취미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리다시피 한 남자 도이는 현재 퍼즐 맞추기에 도전 중.

그리고 2주째 나타나지 않고 있는 또 다른 멤버, 거북이 키우기가 취미인 기노시타.

어느날 기노시타를 찾는 여경이 들이닥치고 평화롭던 방은 순식간에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결국은 여자친구에게 비밀을 들켜버린 기노시타를 위한 엄청난 연극이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도이는 뜻밖에도 연기에 흠뻑 빠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는 더욱 엄청난 반전극.


아주 평범하게 시작하나 추리와 코메디와, 순간적으로는 쓰릴마저 맛볼 수 있는 재미있는 극이었다.

정통 연기파 배우들의 코메디 연기와 희극배우들의 정통연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다.

(그러나 순간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는 서범석 아마노의 보조개는 더욱 깊어지고!^^)


여인들이여, 남자들의 비밀을 다 알려고 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남자들이여, 비밀이 많은 여인이 더 매력적이란 것은 그대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서로가 서로에게 끝까지 매력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마르지 않는 자신만의 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취미의 방'이 오래도록 유지되길 나는 바란다.

함께 하고싶은 사심을 가득 얹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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