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 이은 극단 청우의 정기공연이었다.
모래언덕에서 혼자 살다가 광대들을 만나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아이는
부모를 찾아 '원천강'을 향해 길을 떠난다. 살던 모래언덕의 모래 한 줌을 가지고.
그렇게 떠난 길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밭 때문에 애타는 농부를 만나고
더이상 기차도 오지 않고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오지 않는 기차역을 떠나지 못하는 역무원을 만나고
모두가 떠나버린 빈 마을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던 노인들을 만나고
병으로 인해 너무 빨리 늙어버린 소년과, 광대들을 다시 만나고
무엇이든 다 알려줄 수 있다는 과학자도 만나 그 모두와 원천강까지 동행한다.
그러나 그곳엔 다 썩어버린 원천강을 떠나지 못하는 뱃사공이 있다.
그리고 그 모두는 흘러야 할 강물이 더이상 흐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이가 가져온 한 줌 모래가 강물을 다시 살리는 모습을 보며
자기들이 풀지 못한 모든 문제를 스스로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난다.
아~~~~ 뭐랄까...
환경을 주제로 한 계몽과 풍자가 있는,
설화를 바탕으로 4대강 문제와 삼성의 백혈병 환자들의 이야기를 더해
인간의 양심까지도 건드리는 매우 교훈적인, 뻔한 이야기인데
뭔가, 이 감동은?? ㅎㅎㅎ
그 감동의 원인을 가만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동화같은 이 이야기가 그 주제를 향해서 매우 정갈하고 재미있게 가 주어서 좋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얼굴이,(이건 나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오늘이'의 얼굴(유수연)이,
그 앳되고 순수해 보이는 그 얼굴과 목소리가 오늘이와의 씽크로율을 높여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여러 배역들의 무게감이 골고루 분산되어 하나로 느껴지게 만든 부분도 참 좋았다.
이야기꾼이라는 역을 두어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데 그녀(변민지)의 미모와 노래도 매력있었고
혼자서 동서양의 악기를 다 다루는 연주자의 연주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무대와 의상 역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솟대들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무대였지만 음악, 의상과 더불어 잘 어울러진 느낌이었고
모두 흰 의상에 간결한 띠로만 포인트를 준 의상도 정말 맘에 들었다.
보는 내내 유심히 하나하나 살피며 보았다.
이토록 작은 소극장의 무대가 이렇게 전부 마음에 든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 모든게 간결하지만 선명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
이런 것이 연출의 힘인가?
프로그램 북에 실린 '작가의 글' 중에서
농부 - 너 혼자 그 먼 길 온 걸 보시면 부모님이 슬퍼하실 것 같구나.
부모님을 찾아 길 떠나는 오늘이를 위해 기꺼이 함께 가 주는 사람들,
그것이 이야기이고, 연극이며,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이 순간도 혼자서 먼 길을가야하는 사람들, 그리고 혼자 뿐이라는 절망에 외롭고 고단한 이들을 향해
따뜻하게 손 내밀 수 있는 연극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어쩌면 내가 이토록 열심히 연극을 보러 다니는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삶의 위로를 받기 위해, 때로는 지지와 응원을 받고, 때론 반성도 하고
나는 잘 살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 말이다.
좋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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