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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20141231

by lucill-oz 201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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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를 우리 세 식구 함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정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먹먹한 느낌을...


첫장면부터 두 노인네의 어마어마한 닭살 애정행각이 몸서리를 치게 했다.

낙엽 뿌리기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물장난도 하고, 할머니에게 꽃을 꺾어 내미는 할아버지!

자다가도 깨면 할머니의 얼굴을 사랑스런 손길로 쓰다듬는 할아버지.

이런 로맨티스트 할아버지 같으니라구^^


76년을 부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연일까?

그 긴 세월을 끝없이 서로를 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손길.

이승에서 옷을 태워야 저승에 가서 입을 수 있는데, 

한꺼번에 태우면 무거워서 어떻게 가겠냐며 아궁이 앞에 앉아 눈물로 옷을 태우는 할머니의 모습.

할아버지 무덤에 인사를 하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다 주저앉아 

소녀같은 고운 울음을 우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출연자에게 디렉션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 배우들이 아닌 노인들이, 연출한다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

할머니의 생일날, 자식들이 그리 분란을 일으키게 될 줄은 알았겠는가.

강아지 '공순이'가 새끼를 여섯마리나 낳을 줄을 알았을까.

어느 날 '꼬마'가 그렇게 할아버지보다 먼저 가버릴 줄을 알았겠는가 말이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담으려고 처음부터 기획하진 않았을 테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두 노인네의 사랑이야말로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우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우린 어떻게 살다가 어떤 마지막을 맞게 될까?

함께 할 수 있는 날까진 예쁘게 살자고 말 해 주고 싶었다. 내 옆의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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