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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My Story

라떼의 시절을 지나며

by lucill-oz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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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서는 그래도 젊게 산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딸냄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듣다 보면 같은 한국말인가 싶다. 뭔 말이야?

모르는 말이 한 두개여야 물어보지, 이건 문장 전체를 공부하듯이 해야 할 판이니 원...

동네 치킨집 전화번호 정도는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지만

펜데믹 기간을 지나는 동안 음식 배달 주문에 대한 주도권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딸냄이 배달앱으로 손가락 몇 번 튕기고 나면 나에겐 카드결제 문자만 띵! 날아오는 시스템이 되었다.

프로그래머인 남편은 기계문명을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편리해 하는 편이지만

나는 서서히 KIOSK 앞에서 주문하기가 싫어진다. 아니, 기분이 나빠진다.

우리 동네에도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나 역시 한두번 경험은 즐겁기도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노년층에게는 큰 장벽이 아니겠나 싶다. 

앞으로 인구 구조의 분포는 청년층이 감소하고 노년인구의 증가가 정해져 있는데

과연 이런 방향으로만 가는 게 맞을까.

현 시대에서 노화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보다는 훨씬 더디게 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다른 업소들과의 '차별화'라는 말 속에 '연령대 별 차별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장, 노년층이 스스로 젊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 혹은 서비스, 체험, 즐길 꺼리의 제공.

또는 젊은 층과의 간격을 한 단계씩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방법.

도시에 거주하는 장, 노년층일 수록 세대의 격차를 실감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그런 그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필요하진 않을까.

(하긴, 나이든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젊은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한다만)

 

모두가 한 집에 사는 대가족 제도는, 불편하지만 상부상조가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구조였고 

단일 가족 단위만 생활하는 핵가족 제도는 상부상조 대신 독립성과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이젠 1인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고, 시장은 그들을 타겟으로 상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움의 최정점은 고독함의 시작이기도 하다.

모두가, 적당한 거리를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 혼자 뒤로 돌아 서 있을 때에도 내 뒤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들이다.

사람 대신, 손주 로봇이 등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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