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여 식후 산책을 나가는 길은 대개 정해져 있다.
사무실의 위치는 9호선 선정릉역과 7호선 강남구청역의 딱 중간 쯤인데
보통은 강남구청역 방향으로 나가서 학동역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학동역 사거리를 못미쳐 오른쪽 길가에 '아름다운 가게' 강남구청역점이 있다.
처음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본 이후로 오후 산책길의 끝은 거의 이곳이 되었다.
사업체나 일반인들에게 기증받은 물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일 다른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부담없이 하나 집어들 수 있고,
한편으로 자원의 선순환에 동참하는 길이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도 갖게 해 준다.
(이곳의 수익금은 보호종료가 된 18세 어른들을 돕는 기금으로 쓰인다)
쇼핑백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 이곳은 종이 쇼핑백들도 다 기증받아 사용한다.
그리고 쇼핑백 기증은 언제나 환영받는다.
직원은 모두 자원 봉사자들. 봉사실적이 필요한 학생들도 자주 보인다.
몇년 째 난 이곳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평소 입어보기 주저하던 스타일의 옷들을 사서 한번 입어 보기도 하고
(안 어울려서 다시 내놓기도 했지만 별 부담이 없으니까)
시즌아웃된 옷들이 들어오면 깨끗한 새옷을 거의 거저 가져오다시피 할 수 있다.
가방, 신발 또한 적당히 손때가 묻은 제품부터 라벨이 그대로 붙은 새 제품이 유혹하고
어느 날은 세제가, 어느 날은 화장품이, 어느 날은 생활용품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도 다 집에 가면 짐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손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주 잘 사용했고(소비재)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가성비 으뜸인 소비생활^^
기증받은 옷 등의 원단을 이용하여 가방이나 지갑, 케이스 등의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여 만든 제품들도 가끔 나오는데
의외로 직접 제작한 물건들은 비교적 비싼 편이다. (과정을 이해하면 당연하지만)
여기서 만원이면 꽤 값이 나가는 편인데 제작품들은 그 이상 하니까 말이다.
구매만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집에나 쌓이게 되는 종이가방. 버리기도 아깝지만 가진 수량만큼 다 쓰이지도 않는.
우리집에도 많이 모아놓는 그런 종이가방들을 최소한만 남겨두고 수시로 기증한다.
그리고 집정리를 하며 나오는, 쓸 만 한데 안 쓰이는 물건들을 가지고 가 기증한다.
누군가가 기증한 물건을 내가 아주 잘 쓰고 있듯이 내가 내놓은 물건들도 누군가 잘 써주길 바라며
세상에 나온 '물건'이 제 쓰임을 다 하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의미도 있다.
사실, 요즘 세상은 너무 많은 물건들이 넘쳐나지 않는가.
이것도 도시 생활자의 한가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아, 기증품들에 대해서는 세금공제도 받을 수 있다.
가끔은 책을 들고 올 때도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의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라는 책을 집아들었다가
홀린 듯 사들고 와 순식간에 읽었다. 알고 보니 동네사람!
얼마 전에도 '파리카페'라는 책을 펼쳤다가 안의 그림에 이끌려 들고 왔다.
몽파르나스의 '셀렉토'라는 카페에 관한 책인데 글 반, 그림 반의 매력적인 책이다.
이 '아름다운 가게' 는 이미 많은 도시와 동네에 점포를 열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런 매장이 나의 생활 반경 내에 있으니까 애용하게 되지 않은가.
처음엔 그저 호기심, 눈요기 정도로 시작했다가
점점 질 좋은 물건들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자주 이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탄소배출을 줄이는 행위에 동참하게 되고
이웃과의 나눔도 실천하게 되는 것이고, 아울러 환경에 대한 인식도 바뀌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자원순환 매장을 늘려 가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 훌륭한 정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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