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시 올라온 연극 "레드"를 못보고 지나갔다.
공연기간도 짧았고, 바쁘기도 했고.
그러나 그 연극의 내용과 로스코의 대사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전시회가 시작되기도 전, 조기예매로 티켓을 끊어 놓고도 전시 막바지가 되어서야 갔다.
그것도 가장 피하고 싶었던 주말 오후.
솔양을 데리고 가고 싶었기에 시간을 맞추다보니...
로스코에 대한 연극을 보면서 언젠가 꼭 그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미국까지 가지 않고도, 생각보다 빨리 그 기회가 왔다.^^
이미 많은 관람객이 다녀간 후라 주말 치고는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고는 했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려면 4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따라서, 그의 의도대로 그림과 홀로 마주하며 집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몰입을 가장 방해한 것은... 너무 추운 실내 기온이었다.ㅠㅠ
미리 도슨트 안내를 예약한 다른 팀을 따라다니며 도둑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더란다.
왜 우시는지 물었더니, 젊은이는 좀 더 살아봐야 알 거라고 했단다.
나도 더 살아봐야 하나? ㅎㅎㅎ
그러고 보면 예술품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이란,
작가가 주려고 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보는 사람의 살아온 내력, 그의 감성, 그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그가 원하는 경지까지 들어가보고픈 마음은 가득했으나 실패한 것 같다.ㅎㅎ
하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여러겹을 칠한 과정이랄까 흔적이랄까...
그 반복되어 겹쳐진 색과 색들이, 그림을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느껴지게 한다.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오랜 시간 그림 앞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필수적인 것은 아니여도,
어떤 창작물, 예술품을 깊이 이해하고 싶으면 작가의 생을 들여다 보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왜냐면 그것은 그들의 삶을 통해서 걸러져 나온 것이므로.
그의 작품을 대한다는 것은 그와 마주앉아 대화를 하는 것이므로.
전시통로의 마지막은 관람객들의 공간이었다.
연극 레드의 출연 배우들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흔적을 남겨 놓았는데
인상적인 글과 그림이 있어서 담아왔다.
특히나 초등 3학년생의, 대가를 향한 따끔한 일침! ㅎㅎ
"마크 로스코가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 맞다.
하지만 사는 이유가 한 가지에 꽂혀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자기 안에서 나오지 않을 때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
그것이, 그런 삶이,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최고의 것을 뽑아내 주길 바라는 것이,
나는 할 수 없어도 그가 해 주기를 바라는 냉정한 대중의 입장이기도 하다.
나이를 아주 조금만 더 먹은 다음에
제대로 로스코 채플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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