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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관람 후기

by lucill-oz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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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요즘 한창 뮤지컬에 빠진 우리 모녀가

카드사 이벤트에 응모해서 아주 저렴하게 즐기게 된 행운의 작품이다.

언젠가 뮤지컬어워즈 동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극본상, 작사, 작곡상을 받은 창작 뮤지컬이고

여성 연출가와 여성 음악감독의 합동 작품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도.

 

무지하게 길이 막히는 토요일 오후, 두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상영시간인 세시를 조금 넘어 도착한 관계로

1막 1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

게다가 자리도 좌측 사이드 빈 자리. (그러나 나쁘지 않았음)

 

그러나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소 세례에 정신없이 지나간 1막

인터미션 때에 겨우 찾은 제자리는 뜻밖에도 중앙 젤 좋은 자리였다!

겨우 안정하고 집중한 2막

이번엔 코끝을 찡하게 만들더니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든다.

막이 내리고 나서의 느낌은

아, 좋다!!!

 

오늘의 캐스트는

이석봉-김도현, 이주봉-성두섭, 오로라-이주원, 이춘배-안세호

송혜자-이선애, 예산댁-윤수미, 이옹-박훈

  

안동의 한 종갓집,

종갓집이란, 그리고 그 종갓집의 장부와 맏며느리란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무거운 자리겠는가.

일년에 스무번도 넘는 제사며 시제, 차례, 종친들의 모임,

그 일을 치루는 것 만으로도 한 해가 가는 곳이 아닌가.

주인공인 두 형제 주봉이와 석봉이의 부모는 그 종갓집의 장부였고, 두 아들은 장손이었던 것이다.

코믹스런 설정이긴 해도 두 형제의 할머니는 종갓집 며느리는 밖으로 흠이 잡혀선 안 된다며

지병인 치질을 숨기고 고통받다가 돌아가신다.

힘들고 피곤한 종갓집살이를 하는 아내가 안쓰러운 아버지 춘배는

간혹 감나무에서 예쁘게 생긴 감 하나를 따서 슬쩍 건네기도 하는,

사실 속깊고 자상한 남편이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석봉과 주봉.

큰아들 석봉은 어려서부터 장손이라는 특별대우와 아울러 부담감을 갖고 자라났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자신보다 똑똑한 동생에 대한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적당히(^^) 철도 없어서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여자가 중국 여인이었고

이것저것 사업을 한답시고 가산을 탕진한 주범이기도 하다.

 

둘째아들 주봉이는 명석한 머리로 명문대를 졸업하지만 몇년 째 고시준비생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당히 철없기는 동생도 마찬가지여서 열두살 연상의 띠동갑 이혼녀와 결혼을 하겠다 나서질 않나,

갑자기 영화를 하겠다며 유학을 보내달라지 않나,

둘째라는 이유로 자신만 홀대받는다며 오히려 장남위주의 집안 분위기에 분노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두 형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로를 못마땅해하며 결별을 선언하고 돌아선다.

 

그러면서 늘 자신들을 감싸주었던 어머니에 대해서는 따뜻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늘 무뚝뚝했던 기억,

그리고 형에게는 동생이니까~라고 하고, 동생에게는 형이니까~라고 말하던,

늘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던 원망스런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를 병원에 한번 데려가지 않고 돌아가게 만든

냉정한 사람이라는 오해도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 혼자 삼년을 지내는 동안 두 아들은 한번도 아버지를 뵈러 오지 않다가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서야 비로소 한 집에서 상봉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 으르릉거리며 다투는 형제들을 보고

종친들은 썩을놈의 석봉이, 죽일놈의 주봉이라며 비난한다.

 

그런 와중에 한밤중, 웬 여인이 찾아온다.

안동 시내의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오로라'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힌 그 여인은

아버님이 생전에 집안 어딘가에 로또복권을 숨겨놓았으니 찾은 놈이 임자라고 했다고 전언한다.

치명적 섹시함으로 무장한 오로라에게 마음을 뺏긴 두 형제!

서로 로또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집안을 뒤지다가 그들은 하나, 둘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을 발견하며

점차 어린 시절의 기억속으로 들어간다.

어린시절 자신들의 일기장, 주인잃은 틀니, 자신들이 보낸 편지 등등...

그러면서 어머니의 죽음의 과정에 치매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 사실만은 외부에 숨기기 위해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아버지는 종갓집 자손의 마지막을 자처하고

아들들에게는 자유를 주기 위해 찾지도 않았었다는 것 등의 비밀이 밝혀진다.

 

장례식 당일 발인과정에서 발견된 봉투, 거기엔 힘쓸勞, 길道  두 글자가 있었다.

공짜 바라지 말고 힘써 일해 얻어진 것만이 진짜 내것이라는 보물같은 메세지였던 것이다.

물론 마무리는 훈훈하게!

 

아, 참 !!! 중요한 반전 하나!!
두 형제를 홀딱 반하게 했던 그녀 "오로라"의 정체는 바로 어머니의 혼령이었다는~~~^^

 

 


 

 

참 잘 기획되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1막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너무 웃음코드가 많아서

 '이거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 어떻게 끌어가려고 이렇게 가볍게만 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무거운 내용을, 재밌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러다가 2막에서 어머니의 기억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또 너무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가 오래 가는거 아닌가 하여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면서도 어느새 눈가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맺히는게 아닌가.

그러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또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매력!

웃음과 재미, 감동의 코드가 적절히 잘 안배된 작품이었다.

 

화려한 안무로 볼거리를 제공하며,

종친들의 합창을 통해서는 중심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종갓집 사람들의 애환)

또한 로또 추첨 장면, 꿈꾸는 장면 등에서의 무대연출도 좋았다.

안무 또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종친들의 좀 과격해보이는, 좀 오버스러운 액션은

종갓집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의외성을 주며 재미의 요소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오로라의 등장 씬에서의 그 코믹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내 생각의 주인공은 오로라다!!^^

"난 네가 싫어~"라는 노래의 첫 소절은

외인구단의 주제가인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하는 노래의 첫 소절과 동일하게 시작한다.

그러다 "싫어~" 하고 나오면 거기서 피식 웃음이 터진다.  계산된 웃음??

그러면서 두 형제가 마주보며 짝다리를 흔드는 대목에서 또 한번 웃게된다.

 

극본과 음악, 무대, 안무, 조명 등 각각 많은 고민과 애를 썻겠구나 하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정말 능청스러운 연기!!

 

외국인들이 종갓집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수출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문을 나서며 기분 좋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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