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무겁게 진행되는 극이다.
어지러운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사선의 후레임이 반복되는 무대.
좁은 사각의 텐테이블 안에, 갇힌듯이 엉켜서 움직이는 동선.
시간을 넘나드는 조명의 변화.
간결하고 스산한 안무와 음악.
2차 세계대전과 나치, 히틀러와 괴벨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동화 메리포핀스.
잘 만든 작품이다. 좋은 느낌이다.
첫 관람이라 극 초반 몰입이 좀 어려웠으나 중반부터는 매우 좋았다.
사실 관람 직후의 느낌은 뮤지컬이 아닌 연극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도 몰입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대사 전달률도 좀 더 높이고 감정표현도 좀 더 밀도있게 그렸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전쟁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 시간동안 생체실험의 희생자가 된 네 아이들.
아이들이 화재사건이 일어나던 그 날까지 그라첸 박사의 집에서 느꼈던 행복도 역시
조작된 행복감이었던 것이겠지, 불행의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통해서...
어떤 의미에서든 상처란, 아팠었던 기억과 함께 가는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는 것이니
진정한 행복이란, 좋기만 한 기억이 아니라,
좋고 나빴던, 기쁘고 슬펐던, 웃고 울었던,
그 모든 것들이 온전히 내 기억 안에 공존할 때 비로소 느껴지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한 진리를, 아픈 기억의 한 조각을 잃고 그 상처의 흔적만을 안고 힘겹게 살던 네 아이들이
비로소 그 상처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는 모습을 통해 전해 준다.
카리스마 넘치는 이경수 한스
키가 엄청 크다는 것을 확인한^^ 윤소호 헤르만
부서질 것 같이 여린 이미지의 이하나 안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최성원 요나스
다정하고도 섬짓한 매력의 최정화 메리
이경수 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이다.
캐스팅을 선택할 때는 고민을 많이 하고, 가급적이면 선호하는 배우를 택하긴 하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우연히 만나서 애정하게 되는 배우들도 있게 마련이다.
아마 오늘부터도 그렇게 될 것 같다.^^
'관람후기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르담 드 파리 - 20131026 (0) | 2013.10.31 |
---|---|
두 도시 이야기 안산 - 20131026 (0) | 2013.10.24 |
2013 쓰릴미 - 20131003 (박영수, 임병근) (0) | 2013.10.05 |
잃어버린 얼굴 - 20130928 (0) | 2013.10.03 |
2013쓰릴미 - 20130920 (신성민, 이동하) (0) | 2013.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