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람후기/전시

새들의 시간 , 스푼빌 - 조성식 조류 생태 사진전

by lucill-oz 2022. 12. 26.
728x90

나는 이 사람 때문에 새들의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분명히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 동문인데, 아무리 봐도 본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류 사진 작가? 조류 생태 전문가? 캠페이너? ㅎㅎ

뭐가 됐든, 나는 그가 페이스북에 올려 주는 새 사진을 보며 새 사랑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리고 사진보다 훨씬 더, 시니컬하지만 정감있는 그의 글 때문에.

그를 만난 적은 85년, 학교 다닐 때 이후론 없을 것이다. 통화만 한 번 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을 읽으면 그 특유의 개성이 보이는 듯해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성격 그대로 사는구나 싶어서^^.

전시 보러 가겠다고 했더니 아이고 강화 멀어요~ 한다.

 

 

 

<탐조공간 스푼빌>이라는 이름의, 카페이자 교육장이자 새 굳즈샾.

스푼빌이 저어새라는 것을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여기서 알았네.

알고보니 주인장 역시 동문으로 이분 또한 새에 빠져 지금은 탐조 장비에 치중한 모양이다.

뻘의 새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망원경을 카페 한 켠에 비치해 놓았다.

(저어새 군락지라는 섬이름은 들었는데 잊었다.)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니 정말 아장거리는 애들이 보인다. 신기하다.

바다, 뻘, 새, 낙조, 넓은 하늘을 다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좋구만!

인테리어쟁이인 내 눈에는 새 날개 모양의 펜던트 조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선 못 봤는데, 제작인가요? 물었더니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곳, 알리바바에서 찾았다고. 역시, ㅎㅎ

 

붕어빵이 아니고, 저어새빵!!! 귀여워서 못 먹을 뻔^^

 

내가 아는, 그러니까 이름과 생김새를 일치시킬 수 있는 새는 정말 별로 없다.

비둘기, 까치, 까마귀, 참새, 오리 정도? ㅎㅎ

말하자면,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선 이하라고 할까.

하지만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귀하지 않은 새들에게 애정이 많다. 

왜? 내가 아는 애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친근함 때문에.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해선지 몰라도 새들도 품에 안아보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고 입도 맞추고 싶다.

새들은 절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올 여름 공원 산책길에 매일 만나는 한 무리의 예쁜 새떼를 보며 이름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열심히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지만 그 잠깐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잽싼 애들이었다.

검은 머리에 회색몸, 푸른색 날개와 꼬리의 조화가 아름다운 그 애들의 이름은 '물까치'였다.

왜, 물? 했더니 몸 색깔이 물빛이어서라고. 절대 물에 살아서가 아니라고.ㅋ

어쨋든 이런 식으로 백운호수에서 청둥오리도 보고 가마우지가 물고기 잡아먹는 모습도 보고

하천에 고고하게 서 있던 왜가리를 보며 그 이름을 함께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론, 이런 풍경들은 어렸을 적엔 동네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그러니까 7,80년대 쯤엔 주변환경이 지금과 같진 않았으니

살던 곳 주변에 숲도 있고 들도 있고 크고 작은 개천도 있고

그 경계가 지금처럼 완고한 선으로 그어지진 않았었다.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흙과 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슭이 사라졌으니

그곳에 산란하던 물고기들과 새들은 거처를 잃었을 것이고

무자르듯 잘려 나간 산비탈은 절벽이 되어 동물들의 이동통로를 가로막아놓았고

논밭과 들판은 빽빽한 아파트 숲으로 변해 버렸으니 거기 살던 생명체들은 다 어디로든 떠났을 것이고

 우리 인간들 또한 그들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빼았긴 것 아니겠나.

자연스럽게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뭐, 내가 하는 일도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다 보니

안 그런 척 해도, 아닌 척 하려 해도 나 또한 일조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한 세계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세상사 모든 이치를 그 길에서 찾아내게 마련이다.

그는, 새들의 세상을 통해서, 그들이 놓여진 처지를 통해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왜 그래야 하는지를 역설하고자 한다.

 

파충류를 닭은 새라니...

얘를 만나면... 도마뱀? 하고 들여다 볼 것 같다.

참, 내가 이 거리에서 얘를 육안으로 볼 일은 없겠구나...

 

내가 나무인가, 나무가 나인가. 숨은 새 찾기를 해야 할 듯.

 

'좀도요'의 '좀'은 작다는 뜻의 그 좀인가?

저 부리의 길이며 몸통이 좀 작아 보인다. 귀여워...

 

 

여러 장의 사진들 중에서 몇 장 담아와 봤다.

(다 찍어보려 해도 내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난 머리가 나쁜거야...이름이 외워지지 않아...)

적극적 탐조 활동 없이 이 아이들을 관찰하긴 어렵겠구나 싶어 오히려 아쉽기도 하다. 

새들을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은 그 생명체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고

알다 보면 애정이 생기는 것이니

애정이 생기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사랑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보다 여러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주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의, 그들의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