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의 온라인 생활은 오프라인의 패턴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넓고 얕은 관계가 아닌 좁고 깊게! 의 스타일이다.
넓고 깊은 경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니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의 SNS와 블러그를 통한 온라인 생활의 장점은
지인들 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와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대개 개인의 성향과 관심분야에 따라 접근이 되기 때문에
온라인 미팅에서의 친밀도는 의외로 높다는 것인데
그 친밀감이 때론 오프라인으로까지 연장되어 실제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솔양의 경우를 옆에서 지켜본 나는
만나자 마자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들이 첫 만남의 어색함을 떨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곧 공통의 화제 안으로 몰입하여 대화하는 모습은 놀랍기까지도 했다.
지난 8월말, 나도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 블러그의 거의 유일한 애독자라고 할 수 있는 씨애틀의 hobo님이 한국에 오셨다.
hobo님이 나의 블러그를 방문하게 된 계기는
역시 내 블러그의 첫번째 친구이신 유동진님의 블로그였는데
마침 유동진님의 페이스북 오프모임 초대가 있었다.
최근 유동진님이 설계하여 오픈한 서초동의 인도 음식점에서.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나이를 뛰어넘은^^ 우리 블러그 친구들은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건축 인테리어라는 유사업종, 두 분의 비슷한 연배 때문인지 두분은 금방 가까워졌고 나역시 즐거웠다.
hobo님은 글에서 느껴지던 분위기보다 한결 더 밝고 유쾌하고 감각적인 분이었다.
모든 것을 통달한 도사님같은 외모인데..
옆 테이블에는 역시 모임에 참여한 여성 두 분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인 고미숙님과 뮤지컬 작가인 옥경선님!
(그녀들은 뮤지컬 "꽃신"의 출연배우와 작가였다.)
나의 뮤지컬 사랑을 아시는 유동진님이 마침 잘 됐다며 소개를 해 주셨다.
sns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옥작가는 수줍은 미소가 예뻐보였고
거침없는 언행이 호방스러운 미숙배우와는 많은 얘기를 했다.
잠시 후 무용을 전공했었다는 유동진님의 몸매좋은 동생분도 합류하셨다.
뮤지컬과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속에 식당의 영업시간이 마감되었고
우리는 차를 한 잔 더 하자며 근처 카페로 들어갔으나 그곳에서도 곧 쫒겨났다.ㅠㅠ
마시던 잔을 손에 들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근처 건물의 지하 출입계단에 자릴 잡고 앉아
늦은 시간까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집방향이 같은 유동진님과는 사실 같은 시기가 아니어서 그렇지 직장의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온라인으로 먼저 친구가 된 사이라 그 동안 한 번 만나자고 하면서도 잘 안 됐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오랫만에 뜻밖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hobo님 가시기 전에 한 번 더 보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첫 날, 나는 그녀들의 작품 꽃신을 보러 갔다.
hobo님과 함께!
할인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또 우릴 위해서 기꺼이 무대에 올라준 고마운 그녀!
막공날이라 긴 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배우로서의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되서 좋았다.
공연장을 나와 hobo님과 함께 솔이가 기다리고 있는 대학로로 나왔다.
젊음의 거리, 그 수 많은 인파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hobo님의 매력!!^^
그런 타인들의 시선에 많이 익숙하신듯 (덕분에 나까지^^) 너무도 자유롭게 대학로를 활보하신다.
다음엔 연극을 보기로!!
그리고 또 얼마 후, 미숙배우와 hobo님과 축제가 한창인 대학로를 다시 찾았다.
축제 구경도 하고, 차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저녁도 먹고, 헤어지기 아쉬워 또 커피를 한 잔 하고...
어느새 매우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다면 쉬이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일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이라는 매개체가, 우정을 나누는데 있어 그야말로 "남녀노소의 경계"를 얼마나 많이 허물어 주었는가.
어쩌면 나의 갖힌 사고의 영역도 일정부분 허물어 주었다. 참으로 바람직하다.
이런 만남과 이런 우정, 나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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