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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영화

치코와 리타 - 20170903

by lucill-oz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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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 돌리다가, 무료영화 목록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정말 아~무 생각도, 어떤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다.

처음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게다가 재즈 뮤지션 이야기라니!!

이토록 매력적인 작품이라니!!!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그림과 페르난도 트루에바의 연출로 만든 작품.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

치코의 피아노 연주는 실제로 베보 발데스의 연주이고

매력적인 리타의 노래는 이다니아 발데스.

 

단순한 터치감과 색감, 그러나 세밀한 표현, 선명한 그림자 표현이 주는 아름다운 입체감.

1940~50년대의 아바나와 뉴욕, 라스베가스 등 쿠바와 미국을 오가며

그 시대의 재즈음악을 들려주며 눈과 귀를 호강시켜준다.

이야기의 두 주인공은 "음악에는 뛰어났으나 사랑에는 찌질했던 남자 리코"와 "멋진 여자 리타"다.

 

 

 

경쾌하고 시원한 하늘과 바다로 시작하는 오프닝 씬.

 

아름다운 항구도시 아바나. 

길에서 구두를 닦는 노인 치코.

 

 

해질녁 집으로 돌아와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두 잔의 음료를 따라 혼자 건배하고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성모상 앞에 놓는다. 인상적이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무려 60년 전의 'RHC 카데나 아줄 라디오 경연대회'의 우승곡

"치코와 리타"의 '나만의 향기'가 흘러나온다.

치코의 기억은 그 60년 전, 리타를 처음 만나던 그 때로 향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젊은 시절,

그의 매니저인 라몬과 우연히 들렀던 BAR에서 노래하는 여인 리타를 보자

운명과도 같은 이끌림을 느낀다. 리타 또한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긴, 나도 그녀가 부르는 노래  '베사 메 무초'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화면 앞으로 다가 앉을 정도로 매력적이긴 했다.

그러나 리타는 그를 무시한 채 떠나버리고,

그녀와 함께라면 경연에서 이길 수 있겠다는 말로 라몬을 설득하여

그녀가 갔을 법한 '트로피카나 클럽'으로 찾아간다.

 

 

그녀와 마주치긴 했으나,

갑자기 펑크난 피아노 연주자를 대신하여 얼떨결에 밴드와 함께 즉석에서 연주를 하게 된 치코.

밴드는 무려 뉴욕에서 온 "우디 허먼과 포 브라더스 밴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작곡.

당황하며 일어서려는 치코를 억지로 피아노 앞에 앉히는 라몬.

다행히 연주는 무사히 끝나고, 리타는 그의 연주에 호감을 느껴 함께 있던 파트너를 차버리고 치코를 따라간다.

리타를 놓고 고급 자동차와 사이드카 사이에 벌어진 심야의 질주 끝에 자동차는 박살이 나고! 

 

 

치코는 자신이 일하는 BAR로 리타를 데리고 가서 '비밥' 연주를 들려준다.

마리오 바우사, 발데스, 마치토, 차노 포소 등 쿠바의 유명 뮤지션들은 다 뉴욕에 있다며 

심지어 차노 포소는 디지 길레스피와 공연한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둘은 그렇게 재즈연주와 댄스, 그리고 뜨거운 밤을 함께 보낸다.

다음날 아침, 먼저 일어난 치코는 리타를 위한 곡을 연주하고,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 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햇살, 그리고 치코의 피아노 소리에 눈을 뜬 리타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대목에서 들이닥친! 치코의 다른 여자 '후아나'

두 여자는 한바탕 육탄전을 벌이고, 리타는 떠난다. (결코 지지 않는 리타!)

 

 

카데나 아줄 음악 경연을 준비하고 있던 치코.

경연곡은 완성되었으나, 꼭 리타의 노래여야만 한다고 고집하는 치코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아챈 라몬.

온 밤거리를 뒤져 결국 리타를 찾아내, 상금을 나누는 조건으로 함께 노래할 것을 제안한다.

 

 

경연 당일, 노래를 마친 리타는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버리고 (계약관계일 뿐이니까!),

치코는 라몬의 오토바이를 뺏아 타고 그녀가 탄 버스를 쫒는다.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한 건물로 들어가는데

마당에선 남자들이 타악기를 두드리며 연주를 하고 있다.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리타의 인상적인 움직임과, 검은 피부와 노란 원피스의 강렬한 대비. 

 

 

당신이 밟는 땅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다는 느끼한 말로 리타의 마음을 돌리려는 치코.

결국 경연에서 1등을 한 두 사람은 상금과 함께 내셔널 호텔 클럽에서 한 달간의 공연 기회가 주어진다.

치코는 악단을 지휘하고 리타는 노래를 부른다.

아주 짧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느날 클럽을 찾은 미국의 공연기획자 론는 리타에게 미국으로 진출할 것을 제안한다.

리타는 치코와 함께가 아니라면 싫다고 거절하지만, 치코는 리타가 자신을 배신하고 혼자 떠나려 한다고 오해하고...

술에 취한 치코는 후아나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고, 

밤새 집앞에서 치코를 기다리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리타는 그 길로 론을 찾아간다.

리타는 결국 오해 속에 혼자 미국으로 떠나고 만다. 

후아나를 안고 잠든 치코의 창에 걸린 하늘하늘한 커튼 너머로 스쳐가는 뉴욕행 여객선.

(이 하늘하늘한 커튼 장면, 그림으로 레이스를 표현한 이 장면이 내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리타를 잊을 수 없는 치코는 미국으로 뒤따라 건너간다. 차노 포소가 자신들을 도와줄거라며.

치코의 꿈속. 치코는 리타를 잡으려 하나 그녀 주위에는 늘 다른 놈들이 가득하고,

리타는 그들의 장단에 속절없이 휘둘린다. 앞날에 대한 복선!

첫 발을 디딘 뉴욕의 눈내리는 풍경과 실사감 넘치는 코카콜라 광고판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리타를 찾아냈으나, 그녀는 속마음과 다르게 차갑게 거절한다.

 

 

디지 길레스피, 차노 포소와 찰리 파커가 연주하는 클럽

(실존인물인 그들을 애니메이션 속의 카메오로 만나다니, 재밌다.)

그런데 관객의 테이블에는 음료 한 잔도 놓여있지 않다. 순수한 음악 감상을 위한 클럽인가?

차노 포소는 뉴욕은 현재 쿠바음악의 천국이라며 그들을 환대한다.

 

 

 

그러나 그가 디지 길레스피와 남부 공연을 취소한 이유는 '흑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출입금지 구역도 많고, 호텔 출입구도 종업원용을 써야 하고, 화장실도 따로 쓰고, 버스에선 뒷자리에만 앉아야 하고.

게다가 남부지방은 더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는 중간에 어딘가에 들러 마약을 구입한다.

그러나 주인은 그를 속이고 오레가노를 준다. (오레가노라니!!)

이를 알게 된 차노 포소는 되돌아와 백인 주인을 한 방 먹이고 그의 지갑에서 자기가 지불한 만큼의 지폐만을 가져간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자신이 "차노 포소"라는 사실을 발설하고 나온다.

"제 1 원칙은 존중"이라는 차노 포소의 소중한 대사.

그러나 백인주인은 그를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고... 

그들이 있던 BAR로 들이닥친 경찰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차노 포소의 장례식장엔 무거운 찬송가 대신 그를 위한 룸바가 연주된다.

그야말로 슬프고도 흥겨운 유색인종의 비애의 장면이다.

그리고 론과 함께 그곳을 찾은 리타와 마주치는 치코. 

두 사람은 모르는 사이처럼 그저 지나친다.

 

 

차노의 죽음, 리타의 영광 등이 실린 신문과 잡지를 모아 둔 노인 치코의 추억 상자...

 

 

리타는 매일 밤 그녀의 이름을 내 건 공연을 하고, 영화에 출연하게 되는 등 성공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반해

차노 포소의 죽음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치코와 라몬.

라몬은 호텔의 도어맨으로, 치코는 여기저기 행사장의 피아노 연주로 연명하게 된다.

어느 날, 라몬은 거물의 개인파티가 있는데, 할리우드의 제작자들도 많이 온다며 (먹을 것도 많다며) 치코를 보낸다.

그곳에 론과 함께 나타난 리타. 그녀를 둘러 싼 제작자들과 투자자들.

사람들은 리타의 앞에선 그녀를 칭찬하는 듯하지만 뒤를 보이면 바로 험담을 한다.

라틴계 주인공 영화는 위험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말에

유일한 위험요소는 어두운 곳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당차게 쏘아붙이는 리타. 멋있어...

 

리타는 치코가 사라진 종업원용(인가? 혹은 쿠바요리 전용 주방?) 주방문을 열고 들어가 치코 옆에 앉는다.

그리고 함께 사라지는 두 사람. 함께 밤을 보낸 후 리타 역시 보고 싶었다는 진심을 전한다.

 

 

그러나 둘 사이를 눈치 챈 론은 라몬을 매수하여 그에게 기획사를 차려주고

치코를 리타와 분리할 수 있는 스케쥴을 만들어준다.

바로 디지 길레스피의 유럽공연에 피아노 연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일이다. (좋은데?)

론이 참 괜찮은 기획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리타의 영화가 개봉되고 (론의 기획으로) 스캔들 기사도 난다.

이를 본 치코는 심술이 나서 리타를 위해 작곡한 악보에 제목 RITA를 지우고

함께 있던 여인의 강아지 이름인 LILY라고 적는다.

그래서 그 곡의 제목은 영원히 '릴리'가 되고 만다.

밀려드는 스케쥴로 노예처럼 움직이게 된 리타.

이동하는 차안에서 흘러 나오는 '릴리'를 듣게 된다.

 

 

리타는 라몬을 찾아와 치코의 행방을 묻고 그가 연주하는 BAR를 찾는다.

그녀를 발견한 연주자들은 그녀를 위해 '릴리'를 연주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재회는 파파라치들에 의해 신문에 실리게 되고 론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라몬에게 새 해 전날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리타의 공연날 결혼하겠다고 한 치코의 말은 그대로 론에게 전해지고

론의 사주를 받은 라몬은 치코의 윗옷 주머니에 몰래 마약을 넣어 둔다.

(아, 역시 끝까지 좋은 놈은 아니었구나!  라몬 이놈은 또 뭐냐!!)

 

 

치코는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리타에게 연락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쿠바로 추방된다.

라스베가스 외곽의 허름한 모텔, 치코와 연락이 닿지 않자 절망한 리타.

자신의 인생을 이곳에 멈추겠다고 작심한 듯, 술에 취한 채 무대에 올라 

자신은 특급호텔의 클럽 무대에서 노래하는 스타지만 잠은 여기서 잘 수 없다고,

변두리 모텔에 가서 자야하는 흑인이라고, 무슨 스타가 이러냐고 흐느낀다.

그대로 쑈는 취소된다...

 

 

그리고 긴 이별.

 

다시 돌아온 쿠바는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치코의 여권도 정지된다.

사회주의 혁명의 시대, 이제 그들 세대의 음악도 끝이 난다.

 

 

어느 날, 미국에서 날아온 젊은 여가수는 거리에서 구두를 닦고 있는 치코를 찾아와

그의 음반을 모두 갖고 있다며, 그의 연주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곡 "릴리"를 녹음하고 싶다고 청한다.

그리고 그는 역사 속에서 불려나와 전설이 된다.

 

 

그가 리타를 만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함께 영광의 세월을 누리고, 사랑하며, 함께 늙어가지 않았겠는가.

치코에게 밀려드는 회한.

늦었지만 그는 리타를 찾기로 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그녀의 행방을 좆아 묘지에 누운 옛친구 라몬을 만나고,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론도 만난다.

그리고 그 옛날, 리타가 묵었던 라스베가스 변두리의 오래된 모텔의 문을 두리리는 치코.

그 곳에서 호텔 객실 관리를 하며 47년간 그가 와주길 기다렸노라고 말하는 리타.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랜 이별 끝에 재회의 키스를 나눈다......

 

 

쿠바의 피아노 연주자 베보 발데스의 이야기를 마리에르 하비스칼의 그림과 

(베보 발데스 Bebo Valdés, 1918년 10월 9일 ~ 2013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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