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것이 허구인줄 알면서도)
그 이야기가 아주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는 남의 이야기, 사연 등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가.
그것은 단순한 가쉽꺼리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나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가끔은 맘 아프게도 하며
또 어떤 때는 같이 기뻐하며 환호하게도 한다.
때로는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때론 분개하며, 흐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
단순히 인지상정일까.
아마 맞을꺼다.
감정이입이 된 인지상정...
그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음을,
또 내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때론 절대로 나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가, 혹은 그녀가 소극적인 나를 대신하여
멋진,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맺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했던가.
진정 맞는 말이다.
때론 주연으로, 때론 조연으로,
때론 단역으로, 혹은 길가던 행인으로로 배역이 주어지는.
배역에 대한 불만을 가질 겨를도 없이
그저 숨가쁘게, 리허설도 없이,
실수를 하던말던, 틀리면 틀리는대로
맞으면 맞는대로 그렇게 끝나고 마는
해피엔딩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비극적인 최후가 늘 도사리고 있는 것만도 아닌
끝을 알 수 없는 아주- 드라마틱한 그런 연극.
인생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는 것일까.
마음 먹은 대로 행하면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걸까.
그것이 아니라는 걸 우린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앞날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
운명이 허락한 테두리 안에서만이 자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자유라고 느끼는 매사가 신의 손바닥 안인 걸까.
(이러한 생각은 인간을 염세적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나 나는 이 설을 완전히 부인하진 못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남에겐 심각한 얘기도 나에겐 그저 재미꺼리일 뿐이다.
입에서 머리에서 나오는대로 한마디 하고 나면 그만일 뿐이다.
진정 같이 마음이 아프려면 사랑해야 한다.
그를 보며 마음이 아프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거다.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있어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매우 미안하게도 사랑은 언제나 감정적이다.
누가 머리로 사랑하던가.
사랑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가 용서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가슴은 해 내는 것이 아니던가
머리의 판단이 옳았다고, 혹은 가슴이 옳았다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옳고 그름은 후회가 결정한다.
후회하지 않을 결정이라면
그것이 어느쪽이 시키는 바대로 했건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후회의 여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
후회없는 삶을 산 사람이 어디 있으랴.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도
때론 불덩어리 같은 감정을 쩔쩔매며 삭혀버렸던 지난 날의 기억을 아쉬워할 것이며
언제나 가슴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사람은
언젠가, 좀 더 냉정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날이 있을진대,
다만 후회 없다는 말은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자존심에 불과한 거지...
내가 잘못 살았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리석음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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