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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ST - 20230426 많이 망설이다가, 박해수의 메피스토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한 달 전에 마티네로 잡아 놓았던 공연이라, 하던 일을 하루 빼고 관극행. 처음 가보는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 기업들의 공연장 이름은 너무나 노골적인 브랜드명이다. 그래도 잘 지어놓아 준 점에 감사해야 하나.ㅎ 파우스트를 두고 시작된 신과 악마의 대결. 개인적으로는, 이 파우스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아주 힘들게 해를 넘겨가며, 몇 번의 도전 끝에 완독한 책인데 솔직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진 않았었다. 오히려 파우스트보다는 메피스토가 캐릭터 적으로는 훨씬 매력있는 인물인데다가 온 우주의 섭리를 통달한, 스스로를 인간 중에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오만한 캐릭터인 파우스트는 그저 젊음에의 욕망과.. 2023. 5. 1.
만선 - 20230330 객석을 향해 경사진 무대. 오른쪽으로는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한채가 자리잡고 있다. '칠산바다'에 몇 십년 만에 부서떼가 그득하다며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사나흘만 고기를 잡아올리면 모두 두둑히 한 몫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 흥분한다. 부서잡이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곰치는 만선을 하면 빚청산을 하고 작으나마 내 배를 갖고자 꿈꾼다. 곰치의 아내 구포댁도 마을 남정네들의 질펀한 농담을 기꺼이 받아주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고깃금을 알아보러 나갔던 곰치의 아들 도삼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갖고 돌아온다. 곰치가 몰던 중선배의 선주인 임제순이 잡아온 고기를 밀린 뱃삯으로 싹 다 가져가 버리고 빚까지 안긴다. 게다가 사흘 안으로 빚을 갚지 않으면 절대로 배를 빌려줄 수 없다며 협박을 한다. 아니, 배를 줘.. 2023. 4. 13.
대화의 품격 - 한국 문화재 재단 찻집 얼마 전, 오랫만에 옛 직장 동료인 후배 은정이를 만났다. 둘이서만 오붓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나이 들고 나서 말이다. 결혼 전, 청춘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 우리는 모두 그 때의 모습으로 서로를 꽤 오래 기억한다. 그러나 결혼 후, 혹은 독자적인 자립을 한 어른이 된 후의 모습들은 모두 조금씩, 혹은 많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캠퍼스 커플이 아닌 컴퍼니 커플인 그 부부는 가끔 공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따로따로) 종종 만나긴 했어도 은정이와 이렇게 깊은 얘기를 오랫동안 나눈 것은 생각해 보니 처음인 것 같다. 젊은 시절엔 거칠 것 없이 유쾌하고 활달하기만 한 모습으로 기억되는데 세월을 겪으며 어른이 되다 보면 그 길에서 누구나 조금씩 철이 들고 어른이 되듯이 그녀도 많이 어른스러워 .. 2023. 3. 30.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이름 파리 카페 글/ 노엘 라일리 피치 그림/ 릭 툴카 번역/ 문신원 출판/ 문학동네 임프린트/ 북노마드 출판년도/ 2008년 아름다운 가게에 쇼핑백 기증하러 갔다가 도서 코너에서 정말 제목처럼 낭만적인, 파리카페 네 글자에 끌려서 책을 집어들었다. 파랑 색의 표지는 그다지 낭만적인 컬러는 아니었는데 글의 양 만큼 많은 그림들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했던, 거의 백년의 세월동안 고집스럽게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라는 그 장소에 대한 애정을 담은 소개와 함께 그곳을 거쳐간 수많은 예술가들을 거명해준다. 1925년 개업, 바벵역 근처, 밤샘영업, 예술가들의 집합소, 시대에 맞춰 빠르게 변화한 주변 카페들과 달리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 1978년 알베르 플레가에게 그 소유권이 넘겨진 이.. 2023. 3. 19.
아름다운 가게 내가 출근하여 식후 산책을 나가는 길은 대개 정해져 있다. 사무실의 위치는 9호선 선정릉역과 7호선 강남구청역의 딱 중간 쯤인데 보통은 강남구청역 방향으로 나가서 학동역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학동역 사거리를 못미쳐 오른쪽 길가에 '아름다운 가게' 강남구청역점이 있다. 처음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본 이후로 오후 산책길의 끝은 거의 이곳이 되었다. 사업체나 일반인들에게 기증받은 물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일 다른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부담없이 하나 집어들 수 있고, 한편으로 자원의 선순환에 동참하는 길이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도 갖게 해 준다. (이곳의 수익금은 보호종료가 된 18세 어른들을 돕는 기금으로 쓰인다) 쇼핑백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 2023. 3. 17.
써치2 서치1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사라진 딸을 찾아내는 아빠가 오로지 컴퓨터와 휴대폰의 흔적, SNS기록들만으로 딸의 행방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 아, 저 정도는 부모가 똑똑해야... 첨단기기를 저 정도로 잘 활용할 줄 알아야 자식도 지키겠구나... 싶게 만든 영화^^ 오로지 온라인으로 아빠가 모르던 딸의 모습들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 중에 보여주는 잠깐의 반전과 긴장감이 주는 순간적인 몰입감이 있었던 것이 1편의 느낌이었다면. 2편은 사라진 엄마를 찾아내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역시 주인공이 애들이라 그런가... 검색의 속도가 자막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로 빠르다. 구글 검색기능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모습, 불법이지만 패스워드를 알아내는 모습이나 CCTV, 휴대폰과의 연동으로 (애플 PPL인가 싶음) P.. 2023. 3. 11.
빛과 소금 33주년 & 6집 Here We Go 기념 콘서트 - 20230228 지난 주, 비몽사몽 간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듣는 중이었는데 음악회 시간에 '빛과 소금'이 출연했다. 오! 이 사람들이 아직 음악을 계속 하고 있었구나!! 예전 그 특유의 세련된 음악은 변함없고 청년 시절보다 더 원숙해진 목소리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들이 콘서트를 한다는 얘기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 이거 갈래!"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럼 나두!" 하며 신랑이 맞장구를 치고, 나는 "당연하지!" 하며 앱을 켰다. 마침 자리가 남아 있길래 두 좌석을 잡았더니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라며 두 번이나 실패하고 세 번째 시도 끝에 겨우 맨 뒷좌석에 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니, 뉴스공장 나올거면 공연장을 좀 큰 곳으로 잡았어야지~^^) 그러고 나니 뭔가, 기대감과 설레임.. 2023. 3. 1.
vivid BAD STAGE - 20230218 이번 공연은 다른 팀이 주관하는 공연에 GUEST로 초청받은 솔양의 무대였다. 직접 주관은 아니라 특별히 힘들 일은 없어 보였지만 나로서는 저 검은 티셔츠 위에 인쇄한 ViViD 로고를 프린트 해 주는 일이 정말 큰 일이었다. 대부분의 프린터들이 토너 방식의 레이저 프린터로 교체된 지가 오래인지라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해야 하는 전사지 출력을 할 수 있는 곳이 정말 없었다. 집이나 사무실 또한 레이저 프린터라 불가하고 PC방에 가 보라는 조언을 듣고 찾아 들어간 PC방에선 이용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번 귀찮게 한 끝에 출력을 하긴 했는데 때마침 잉크가 떨어져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내가 귀찮게 한 알바생을 생각하면 출력 비용을 지불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결.. 2023. 2. 25.
idol master cover stage "million way" 공연 - 20220327 이 장르를 무용이라고 하는 게 맞나? 벌써 일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우리집 연예인 솔양이 이 공연을 한 것이. 코스의 세계에 발을 딛기 시작한 솔양은 단순 촬영을 넘어서 이런 cover con.을 하기에 이르렀다. 각자 본업이 다른 친구들이 일년을 넘게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전체 혹은 각 유니트 별로 춤 연습하고 의상 준비, 소품 준비에 (맞지 않는 부분은 직접 수선까지) 공연장 잡고, 사진스텝, 촬영스텝, 조명스텝, 진행스텝 섭외하고 공연에 필요한 각종 홍보물들을 직접 디자인 하고 인쇄하고 스폰해 준 분들에게 줄 리워드 물품도 챙기고 굳즈도 만들고 극장의 무대를 꾸미고 로비에 홍보물과 안내부스를 운영하는 일까지 그러는 사이에 열 세명이나 되는 멤버들 간에 서로 의견을 맞추고 조율하는 일들이 어찌 쉬운.. 2023. 2. 24.
라떼의 시절을 지나며 나이에 비해서는 그래도 젊게 산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딸냄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를 듣다 보면 같은 한국말인가 싶다. 뭔 말이야? 모르는 말이 한 두개여야 물어보지, 이건 문장 전체를 공부하듯이 해야 할 판이니 원... 동네 치킨집 전화번호 정도는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지만 펜데믹 기간을 지나는 동안 음식 배달 주문에 대한 주도권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딸냄이 배달앱으로 손가락 몇 번 튕기고 나면 나에겐 카드결제 문자만 띵! 날아오는 시스템이 되었다. 프로그래머인 남편은 기계문명을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편리해 하는 편이지만 나는 서서히 KIOSK 앞에서 주문하기가 싫어진다. 아니, 기분이 나빠진다. 우리 동네에도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나 역시 한두번 경험은 즐겁기도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노년층에.. 2023. 2. 15.
나 때는 말이야! 언제부턴가 젊은, 아니 어린 후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일이 점점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대 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던 '인맥'과 '노하우의 전수'라는 것도 그 의미가 없어져 감을 느낀다. 더불어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기회도 없어지게 되고. 점점 말 통하는 세대들끼리만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젠 서로 일하는 방법마저 달라져 감을 느낀다. 80년대에 일을 시작한 나는 처음 입사해 연필로 도판 위에서 선긋기 연습과 트레이싱 페이퍼를 깔고 선배들이 작업한 청사진 도면을 카피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도 물론 선배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샤프를 쓰니까 연필 깎는 건 안 시키잖아, 나는 말이지, 입사해서 한 달은 연필만 깎았어~' 이러.. 2023. 2. 15.
20230214 일이 없는 날도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 일과 관계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무의식의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좀 편하게 있어도 되건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늘~ 내 시간을 원하면서도 막상 내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읽을 책도 많고, 보고 싶은 영상도 많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있는데 막상 시작하려 하면 막막하고 무엇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물건을 정리하는 거랑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많이 다르구나. 물건 정리는 거의 본능처럼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이는데. 오늘은 이걸 하리라 생각하며 집을 나서지만 막상 컴퓨터를 켜는 순간 다 잊혀진다. 무엇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가... 2023. 2. 14.
연필 뮤지엄 - 20230105 팟빵으로 "월말 김어준"을 듣고 있는데 이라는 이가 나왔었다. 만년필 덕후로서 각 브랜드별 역사와 특징, 장단점은 물론 수리까지 해 주는 진정한 만년필 전문가다. 알고보니 그는 만년필 뿐만 아니라 온갖 필기구의 덕후이자 전문가였다. 연필, 볼펜을 지나 필기구의 영원한 짝꿍인 '종이'에 이르기까지. 그는 엄청난 종류의, 국산 연필부터 외국제 제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집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암튼 한동안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필기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만년필 종류가 아니라 "블랙윙" 연필이다. 연필 끝에 지우개가 넓적한 모양으로 붙어있는. 블랙윙을 사랑한 사랑한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었다고. 연필에 대한 애정과 찬사를 쏟아내는 그의 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들었다. 연필.. 2023. 1. 17.
THE FIRST SLAM DUNK 나는 원래 슬램덩크 팬이 아니다. 슬램덩크에 열광하던 세대도 물론 아니고. 하지만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에 좋아했던 만화라고, 새 책이 나오면 고등학교 앞 서점에 달려가 사곤 했었다며, 영화가 나오자 보고 싶어 했다. 배구 만화 하이큐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딸은 시큰둥해 하고, 나 역시 농구는 아직 본격 입문하지 못한 터라... 혼자서는 식당에서 밥 먹는 건 물론이고 영화를 혼자 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남편은 나에게 SOS를 보냈다. 그래, 내가 같이 가 주지 뭐, 어차피 통신사 포인트로 공짜로 보는 건데. 휴일 아침잠을 포기하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슬램덩크는 몰라도 강백호 이름은 들어 봤다. 빨간 머리라는 것과. 나머지는 정말 모른다. 누가 같은 학교고 누가 라이벌인지. 심지어 일본만화라는 .. 2023. 1. 16.
묵호등대 / 논골담길 / 묵호항 -20230105 나에게 있어 '묵호'라는 지명은,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와보진 못한 곳이지만 친근하게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없는 나의 둘째 오빠는 해군 출신이었다. 그 때가 아마도 1975년 경이었을 거다. 본진은 진해에 있었고 당시 들었던 기억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군함을 탄다고 했었다. 해군은 장기 출항을 한 번 씩 하고 나면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휴가가 오로지 1년에 한 번 뿐인 육국 출신의 큰 오빠와는 달리 둘째 오빠는 휴가가 잦았다. 휴가를 진해에서 올 때도 있었지만 묵호에서 올 때도 있었다. 묵호라는 지명을 어렸을 때였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묵호에서' 보내온 오빠의 편지 때문이었다. 둘째 오빠는 글씨를 정말 잘 썼다. (지금도 나는 오빠의 필체로 적어준 메모지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2023. 1. 15.
동해 추암해변 - 20230105 누군가 youtube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제적인 여행을 하고 이를 공유한 분이 있는데 신랑이 이것을 보았단다. 그것도 공부하듯이 여러 번을. 나도 한 번 가 보리라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콧바람 한 번 넣어주고 싶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새벽 다섯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버스, 지하철 다 첫 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도 첫 차를 탔다. 밤도깨비들이 첫 차를 타려면 잠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자면서도 긴장해야 하니까. 어쨋든, 그래서 새벽길을 달려 동해역에 도착, 택시로 추암해변으로 갔다. 추암에서 봐야 할 것은 촛대바위와 출렁다리, 조각공원이라고 소개했다며 그대로 마치 하나씩 도장찍기 하듯이 다니다가, 거기서 버스를 타면 동해시내를 다 돌아서 약 한 시간 가량 걸려서 묵호시로 갈 수.. 2023. 1. 14.
광부화가들 - 20230104 나는 관극을 할 때 가급적 프로그램북을 꼭 사는 편이다. 물론 관극의 기념이 되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잘 모르는 작품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무대에서 보여지는 짧은 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 대사가 왜 들어간 건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말이다.그래서 나는 프로그램북의 내용과 구성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부실한 내용에 비해 가격이 비싸면 화가 나기도 한다. 옛날 사람이어선가? 기본적으로는 입장권을 구매한 관객에게는 무료제공 되어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대체로 연극의 플북은 작품의 이해를 위한 정보를 충실히 주는 편이다. 뮤지컬 플북은 아무래도 젊고 예쁜 배우들의 비주얼 자료가 많고.이번 작품의 플북은 정독하여 두번 이상 읽었다. 매우 만족스럽다는 뜻이다.이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실.. 2023. 1. 12.
임실 호국원 - 20221229 경기도에서, 임실은 꽤 먼 거리다. 그럼에도 가족이 일년에 한두번씩 임실에 내려가는 것은 돌아가신 시부께서 임실 호국원에 자릴 잡으셨기 때문이다. 경찰 출신의 시부께서는 호국원에 안치될 자격이 있는 분이었는데 대전 정도만 해도 거리 상 좋겠다 싶었지만 자리가 없었고, 5년 전 당시엔 임실 호국원이 마침 신축 완공되어 곧 입실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좀 멀면 어떠냐, 그냥 가족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임실로 모시자고 결정하였다. 입실까진 한두달 시간이 필요한 상태여서 경기도 광주의 납골당에 잠시 모셨다가 입주가 시작된 후 모시고 내려갔다. 탁 트인 앞뜰 저 멀리 산자락이 에워싸고 있어 아늑하고 편안해 보였다. 중정에는 태극기 모양의 석재 조형물을 만들었고 중앙 태극형태의 화단에는 조문객들이 가져온 꽃을 .. 2023. 1. 11.
임실 치즈마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내륙 한 가운데의 이 작은 지역 임실은 '치즈'로 유명해진 곳이다. 1967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벨기에 출신의 외국인 신부인 지정환 신부 (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는 가난한 이곳 지역민들을 돕고 싶어 했다. 그러나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이 아니니 농업이나 수산업, 혹은 상업으로 살 수도 없었을 것이고. 지신부는 산과 들로 이루어진 지형을 보고 목축업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는 고향에서 산양 두 마리를 들여오는 것으로 시작하여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치즈로 먹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임실역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치즈 테마파크는 마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노란색의 치즈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가 보면 한 눈에 주변 풍경이 보이는데 특.. 2023. 1. 11.
미저리 - 20221228 김상중, 이일화, 고인배 cast로 관람 아마도, 예전에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렴풋하게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면. 아니면, 일요일 아침에 영화 소개해 주는 TV 프로그램에서 봤던지. 이 '미저리'라는 이름은 영화가 나온 이후에 스토커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는데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름이 미저리가 아니고 '극중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미저리다. 그러니까 정확히 스토커는 '애니 윌크스'고, 미저리는 그녀가 사랑한 소설 속의 여인인 것이다. (집착하는 사람을 보며 '미저리야?'라고 하는 말은 정확히 '영화 미저리에 나오는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네'인 것이다) 마치,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 '뮤지컬 레베카'와 조금 비슷한 느낌? 주요 캐스팅이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이었는데.. 2023. 1. 3.
일회용 비닐 봉투와 장바구니 빈 손으로 나갔다가 지나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샀다. 애초에 뭘 사러 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갈 때는 웬만하면 종이가방이라도 하나 들고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최대한 비닐 사용을 줄여보겠노라며. 그래서 아, 이걸 그냥 들고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비닐 쇼핑백 작은 걸로 하나 사야지 뭐. 했는데 막상 계산대로 가 보니 유상 판매하던 비닐 쇼핑백 대신 개당 200원 하는 종이가방과 타포린 백, 1000원 ~ 2000원짜리 나일론 장바구니가 비치되어 있었다. 아... 종이 가방은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에 계속해서 기증하고 있는데 이걸 사야 하나? 하는 생각에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1000원짜리 나일론 장바구니를 샀다. 아, 이것도 집에 있는데.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한 시책으.. 2022. 12. 28.
의왕 백운호수 -2022년 6월 ~ 12월 지난 6월 초부터 10월 말, 11월 초까지 매일 아침에 걷기 운동을 했다. 평일엔 집근처 한글공원에 가서 우레탄 트랙을 몇바퀴 돌고 내려오는 코스로 약 3km정도를 걷고 출근해서는 점심 먹고 약 2,3km 정도를 매일 걸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백운호수, 왕송호수 둘레길을 주로 걸었다. 왕송호만 해도 차로 2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이다 보니 주로 백운호수를 자주 갔다. 매 주 가다시피 하니 갈 때마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진다. 풀빛은 물론 물빛과 하늘 빛이 달라지기도 하고 풍경 또한 매 주 조금씩 달라진다. 이곳에 사는 생명들의 모습 또한. 같은 spot의 사진을 타임슬랩 모드로 일년 내내 촬영하면 이런 느낌일까? 웬지 서사가 느껴진다. 6월19일 7월9일 8월21일 10월2일 10월8일 11월26일 12.. 2022. 12. 27.
강화 해든 뮤지엄 새(조류) 전시회를 본다는 핑계로 솔양과 함께 강화까지 왔는데 볼 것 많은 강화에서 뭐라도 보고 가야지 하며 주변 검색을 하니 가까운 거리에 '해든 뮤지엄'이라고 보였다. 전시 좋아하는 우리 모녀는 흔쾌히 합의를 보고 출발했다. 목적지에 다 와 가는데, 네비게이션도 맞게 안내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는 건가 싶게 길폭이 줄어들었다. 앞에 단체객을 태운 대형 버스가 들어가길래 맞는 거려니 하고 따라 들어가 보니 널찍한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를 하고 울타리를 따라 미술관 입구에 도착했는데, 바로 앞 버스에서 단체로 내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왁자지껄하니 소란스러웠다. 아, 이 친구들하고 같이 돌아야 하는 건가. 순간 머리가 아팠다. 모퉁이를 돌아 미술관 SIGN을 보며 입구 통로를 바라.. 2022. 12. 26.
새들의 시간 , 스푼빌 - 조성식 조류 생태 사진전 나는 이 사람 때문에 새들의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분명히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 동문인데, 아무리 봐도 본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류 사진 작가? 조류 생태 전문가? 캠페이너? ㅎㅎ 뭐가 됐든, 나는 그가 페이스북에 올려 주는 새 사진을 보며 새 사랑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리고 사진보다 훨씬 더, 시니컬하지만 정감있는 그의 글 때문에. 그를 만난 적은 85년, 학교 다닐 때 이후론 없을 것이다. 통화만 한 번 했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을 읽으면 그 특유의 개성이 보이는 듯해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성격 그대로 사는구나 싶어서^^. 전시 보러 가겠다고 했더니 아이고 강화 멀어요~ 한다. 이라는 이름의, 카페이자 교육장이자 새 굳즈샾. 스푼빌이 저어새라는 것을 주인장의 설명을 듣..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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