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분류 전체보기613 첫 출근 전 (아티스트런 스페이스 기묘 - 20211027) 첫 출근을 준비하며 넥타일을 매는 설레임. 셔츠와 넥타이에 표현된 각각의 설레임을 비즈자수로 표현한 작품들. 저 큰 화폭들에 자잘한 구슬을 꿰어 바느질을 하여 메꾸는 이런 작업을 하는 그 긴 시간동안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2022. 12. 1. Artist Run Space - 기묘 (20110310 - 지금, 우리 텍스타일 전) 선정릉 울타리와 마주하고 있는 아주 작은 골목에 위치한 이 건물은 우연히 산책 중에 만나게 된 곳이다. 급경사지에 지어진, 윗층에서는 선정릉 내부의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호젓하고 조용한 빌라다. 위치적인 매력, 예쁘게 지어진 건물에 눈이 가던 중 1층이 열려 있어 슬며시 들여다 보았다. 주거공간을 그대로 이용한 전시공간이었다. 아! 도로에서 베란다 공간을 통해서 바로 거실로 진입한다. 우선은, 전시 내용보다는 전시실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개방된 거실과 안방, 연둣빛 사무실, 예쁜 화장실까지 열어보았다. 라는 제목으로 텍스타일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은 안방 공간이다. 베란다로 나가는 창도 그대로 열어 놓았다. 그림은 꼭 붓과 물감으로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과 시도.. 2022. 12. 1. 이제는 사라진 선물 이 예쁜 컵을 선물로 받은 것은 2016년 연말이었다. 당시 진행하던 현장의 건축주 안주인께선 은퇴 후 도예 페인팅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계셨는데 솜씨가 매우 좋았다. 집에도 접시류를 비롯해 이렇게 페인팅한 다양한 그릇 제품들이 많아서 새 집을 지으면서 이 작품들을 전시할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는데 연말을 맞아 현장 관계자들에게 손수 그린 이렇게 '뚜껑 있는 머그컵'을 각자 다른 무늬로 만들어 선물해 주셨다. 나는 이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늘 이 컵만 사용했다. 아, 이 컵 뚜껑이 정말 예쁜데 깨질까봐 걱정이란 말이야... 하며 조심했었는데 얼마 못 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만 깨져버렸다. 이 사진을 찍어두길 얼마나 잘 했는지... 그러고도 얼마 전까지 6년을 정말 잘 애용했다. .. 2022. 11. 24. 마로니에 공원 - 20140921 이게.... 8년 전인가? 대학로 나들이가 일상이었던 시절이었다. 이날은 미국에서 오신 폐친 HOBO님과 고미숙 배우님과 함께 연극을 보기로 한 날이었다. 일찍 만나 차도 마시고 마로니에 공원도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눈을 깜빡이는 살아있는 동상 퍼포먼스, 그 앞의 패셔니스타 HOBO님! 여기서 찍힌 사진이 라는 잡지에 실렸었다. 평화로운 한 때였다. HOBO님이 아프시다는 얘기를 하신 것이 작년이었다. 건강해지면 연락하시겠노라고 미리 작별인사를 하셨는데...어떤 상태이신지... 2022. 11. 24. 마로니에 공원 꽃 전시회 - 20141019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런 사진들이 있다. 아마 주말 나들이 삼아서 혜화동에 나갔던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생각난다. 꽃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지만 꽃을 소재로 또다른 예술작품을 만들었네. 2022. 11. 24. 마포 가든호텔 공사하던 당시 철물점을 찾으러 동네를 헤매다가 우연히 "전차"를 발견했다. 뭐지?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마포 어린이 공원 안에 있는 전차모양의 화장실이었다. 여기가 마포종점이었던 건가? 하긴 여기가 마포역 바로 뒷골목이니까... 공원 안에는 제대로 된 노래비가 있나 본데, 공원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가다 본거라... 어쨋든, 마포역 근처에는 왕년의 유행가 의 터가 있고, 노래 "마포종점"노래비가 있다. 2022. 11. 24. 추사박물관 이 박물관 앞길을 지나다닌지가 몇 년인데, 이번 가을에야 처음 가봤다. 이 길은 늘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샛길이었으니까. 바로 옆에는, 추사가 말년을 보낸 소박한 별장인 이 있다. 처음엔 이 과지초당만 공개되어 있었다. 어렴풋이, 그냥 생가터라고 알고 있었다. 2013년 개관.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상설 전시관과 기획 전시실이 있는데 전시준비기간이라 상설전시실만 보고 왔다. 추사의 글씨에 대한, 또 그의 예술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을 한 것은 당대를 함께한 벗들이 아닐까. "추사의 예서나 해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괴기한 문자라 할 것이요, 알긴 알아도 대충 아는 자들은 황홀하여 그 실마리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 글씨의 묘를 깨달은 서예가는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법도에 구속.. 2022. 11. 23. 종묘 - 2022년 가을 세상에, 이걸 보러 왔는데 공사중이네. 2022. 11. 18. 작은 것에 대한 존중 (두 눈 손톱 예술가의 작품전) - 20211209 아주 독특한 소재, 손톱으로 작품을 하는, 본명 대신에 '두 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그와의 교류는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그의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손톱. 닳고, 때가 끼기도 하고, 부러지기로 하고, 화려한 색이 묻어 있기도 한 여러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손톱. 손끝을 보호하고, 멋을 내기도 하고, 나름의 소임을 다 한 손톱은 잘려나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잘려나간 후 부터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버려야 할 것. 그는 그 잘려나간 '손톱'을 한 사람의 삶과 결부시켜 해석하고 존중한다. 그래서 "삶의 부산물"인 그 손톱을 모아 작품을 한다. 그런데 그 손톱이라는 것은 모아놓고 보면 좀 징그럽게 보이기도 하고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손톱을 모은다는 행위는 호불호가 있게 .. 2022. 11. 18. 프랑코 폰타나 사진전 - 20221026 그림인지 회화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사진. 그의 사진세계는 그 장면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각 도시를 돌아보며 그 빛의 순간, 그 형태의 그림자가 지는 순간, 그 색이 존재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일 말이다. 사진은 역시 "순간의 예술"이 아닌가. 기다림의 예술이고. 한 사람의 예술가가 그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여정을 본 느낌이다. 하나의 주제를 발견하고 그 세계를 파고들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모든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일이지만 누구나 성공하지는 못하는 일이지. 프랑코 폰타나 할아버지와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그분의 솔직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직업은 어쩌지 못해 전시를 보러 가더라도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전시장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게 마.. 2022. 11. 17.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 20221109 극의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펜데믹 시기에 사람들은 실제 여행을 대신할 수 있는 가상현실 여행을 개발했고 그 세계에서는 가상의 캐릭터(아바타)가 실제 현실의 여행객과 함께 걷는다. 이런 전제하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실제 그곳을 걷는 사람들과 나의 게임 아바타가 공존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보통 스페인의 동쪽(혹은 프랑스)에서 서쪽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끝나는데 한 사람이 순례길의 반대 방향, 그러니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도 발견된 이 사람의 기이한 행적을 따라가는 "시베리아 순례길"이 생겼고 그 길을 따라 가는 온라인 유저들도 생겼단다. 그리고 시베리아 극동부의 오호츠크 해상에 위치한 .. 2022. 11. 14. 맥베스 - 20221105 경기도 극단의, 지난번과 다른 버전의 를 관람. 내용은 고전극인데 보여지는 무대는 매우 현대적이다. 숲도 되고 의자나 테이블, 침대도 될 수 있고, 관도 될 수 있고, 기둥이나 담벼락도 될 수 있는 직육면체의 상자들. 그리고 욕망의 싱징인 듯 선명하게 붉고 높은 계단. 군인들은 현대전의 전투복을 입었는데 마녀들? 은 마치 소리뿐인 존재들인 것처럼 숲과 하나된 모습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들은 과연 비극인가, 아니면 악인열전인가. 비극의 발단은 예언에서 시작한다. 맥베스 역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새로운 영주가 되고, 왕이 된다고? 애초엔 그럴 생각이 없었을, 충직한 신하이자 장군이었던 그의 마음 속에 예언의 말이 욕망의 싹을 틔운다. 처음의 그것은 그저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왕위를 찬탈할 생각까지는 하지 .. 2022. 11. 11. 치코와 리타 - 20170903 케이블 채널 돌리다가, 무료영화 목록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정말 아~무 생각도, 어떤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다. 처음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림!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게다가 재즈 뮤지션 이야기라니!! 이토록 매력적인 작품이라니!!!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그림과 페르난도 트루에바의 연출로 만든 작품.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 치코의 피아노 연주는 실제로 베보 발데스의 연주이고 매력적인 리타의 노래는 이다니아 발데스. 단순한 터치감과 색감, 그러나 세밀한 표현, 선명한 그림자 표현이 주는 아름다운 입체감. 1940~50년대의 아바나와 뉴욕, 라스베가스 등 쿠바와 미국을 오가며 그 시대의 재즈음악을 들려주며 눈과 귀를 호강시켜준다. 이야기의.. 2022. 11. 11. 세인트 조앤 - 20221014 1328년 프랑스. 카페왕조의 샤를4세가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은 큰형의 외손자, 여동생의 아들이자 잉글랜드의 왕인 에드워드 3세,그리고 사촌인 발루아 백작 필리프가 있었다. 1316년 프랑스에 살리카법이 도입되면서 여성의 왕위 계승이 금지되었다. 샤를4세의 누이인 이사벨라는 살리카법에 의해 자신이 왕위계승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아들이자 잉글랜드의 국왕인 에드워드 3세를 내세웠고 프랑스는 당연히 이를 무시했다. 살리카 법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에드워드 3세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 2022. 10. 20. 오만과 편견 - 20220831 지난 시즌에 아쉽게 못보고 지나갔던 작품이라 이번엔 꼭 보리라 했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쩜 이렇게 깜찍하고 앙큼하게 연극을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과 흐믓함이었다. 아, 보길 잘했어.ㅎㅎ 원작의 문체를 잘 살린 재치있는 대사와 빠른 진행. 수 많은 캐릭터를 남여 두 배우가 다 소화하며 여역과 남역을 번갈아가며 순식간에 연기전환을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의상을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 그 길고 빠른 대사량을, 그 많은 캐릭터를 쉬지 않고, 한번의 퇴장도 없이 연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순서도 많이 헷갈렸을텐데... 연습량이 대단했겠구나 싶었다. (수 많은 모자들과 함께 했던 구텐버그 생각이 났다. 다시 보고 싶은데 안 올라오나?) 좋아하는 이경미 배우와 처음 보는 현석준 배우 캐스팅으로 관람.. 2022. 9. 19. 시대를 보는 눈 : 한국근현대미술 - 20220830 옥상정원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이 장면을 보고 홀린듯 방향을 틀었다. 아쉽게도 3층 5,6 전시실의 전시는 끝나고 (1900년대 초 ~ 1970년대까지) 중앙 통로에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2층 3,4 전시실만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 현재) 그래도 덕분에 내가 살아온 시대의 미술사를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주 우연하게도. 어쩌면 한번은 본 적도 있고, 어쩌다 한번은 들어본 적 있는 이름들을 만나며 아, 이 때가 그때 쯤이었구나 하며 하나하나 유심히 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시대별로 미술그룹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보여주는데 모든 분야가 그렇듯 시대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며 현재에 이르렀음이 한눈에 보였.. 2022. 9. 16. 원형정원 프로젝트 /과천 현대미술관 - 20220830 비오는 화요일 오전, 출근하다가 갑자기 바람이 나서 옆길로 샜다. 오랫만에 가 본 현대 미술관. 평일인데다 비까지 오니 한가하고 고즈넉한게 좋았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보수중이고 원형 복도를 등산하듯 꼭데기까지 오르니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원래 3층에 도넛 형태의 전시실이 있고 거기서 밖으로 나가면 옥상 마당이 있어서 야외 전시물이 있기도 했었다. 그곳을 3,4층의 외부 공간과 3층 원형 전시실까지 하나로 연계하여 괜찮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완벽하게 폐쇄된 3층 옥상은 휴식정원으로 혹은 비밀의 화원을 체험하는 공간으로서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장소이다. 반대로 4층 옥상은 완벽하게 사방이 뚫린, 주변을 둘러싼 숲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두 공간은 전용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도넛 .. 2022. 9. 2. 라흐마니노프 - 20220827 얼마나 오랫만의 뮤지컬 관극인가? 그것도 주말 오후에! 비록 전날 맞은 4차 백신 때문에 온 몸에 몸살이 와서 정신이 혼미했지만 그렇다고 티켓을 날릴 순 없지! 하며 교통체증을 뚫고, 광명 도착. 독특한 무대 구성. 깊은 무대의 뒷쪽은 피아노와 연주자들의 공간. 그리고 앞쪽의 좌측은 니콜라이 달의 공간, 우측은 라흐마니노프의 공간. 비어있는 중앙 통로 저 안쪽 끝으로는 소파와 스탠드가 놓여 있고 니콜라이의 공간과 통로 사이에는 묘비와 붉은 색 수트, 피아노. 라흐마니노프의 공간과 역시 통로사이엔 오래된 가구, 바닥엔 신문지. 뭔가 복잡하고 어수선한 무대는 아마도 라흐마니노프의 뇌구조도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다. 세르게이 바실리예프 라흐마니노프. 음악적 분위기가 풍부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 2022. 8. 29. 햄 릿 - 20220727 설핏 잠들었다가 공연안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이게 가능해? 싶을 정도로 쟁쟁한 출연진에 놀라워하며 꿈꾸듯 예매했던 연극 관람. 뭐랄까, 그간 몇 편의 햄릿을 봤지만 가장 햄릿다우면서 가장 연극적인 연극이라는 느낌. 그동안의 강필석 배우에게서 보지 못했던 가장 강렬했던 햄릿이었다. 박정자, 손봉숙, 윤석화, 길혜연 (손숙 더블) 이런 배우들이 극중 극의 배우 역할들이다. 주요 배역은 젊은 배우들이 맡고 원로 배우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런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봐야지.^^ 욕하면서 끝까지 보는 게 막장 드라마라지만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이 거의 막장극 아닌가. 그 극단의 상황에서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과도 같은 교활함과 욕망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런가 하.. 2022. 7. 28. 팀 버튼 전 - 20220721 오랫만에 솔양과 함께 전시를 보았다. 얼리버드로 예매를 해 놓고도 연장공연이 끝나갈 때까지 날을 잡지 못했었다. 요즘 솔양이 워낙에 바빠서. 이제 엄마가 바쁜 게 문제가 아니다. ㅎㅎ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아쉬웠는데 인터파크 예매 페이지에 보니 자료가 자세히 올라와 있네. 잊지 않고 음미히기 위해서 고이 모셔옴. 어쩌면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피터팬이 아닐까 싶다. 나이는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어린아이의 상상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실 어린아이들의 세계가 해맑게 잔인하기도 하잖아. 죄의식도 없이. 사회의 고정된 사고 체계와 떨어진, 하나의 별도의 우주를 갖고 있는 듯한. 2022. 7. 28. 맥베스 - 20220428 아주 독특한 무대였다. 모두 동시에 무대로 입장하여 자리를 잡는다. 바바리 코트로 몸을 감싼 마녀들은 우스꽝스럽게 과한 분장을 하고 기타반주에 맞추어 모두 "봄날은 간다"를 부르고 레이디 맥베스만 동시에 다른 노래를 부른다. (두 노래가 섞여서 무슨 노랜지 알 듯 모를 듯...) 스코틀랜드의 왕 덩컨의, 독백처럼 흐르는 나레이션. 톤은 심각하지만 좀 웃기다. 의도한 코믹요소인가? 진지하게 웃기는 컨셉? 그래선가 몰라도 그의 말 속도는 너무 느리다. 지루할 정도다. 그렇게, 많은 내용의 이야기가 서너줄로 요약되어 휙휙 지나간다. 게다가 세명의 마녀 컨셉 또한 대놓고 웃기다. 이 연극이 도대체 어디로 가려나 싶다. 뭔가, 웃긴데 대놓고 웃을 수도 없는 분위기에, 나만 웃긴 건가 싶어 마스크 속에서 혼자 웃고.. 2022. 6. 14. 불가불가 - 20220408 연극 를 보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가는 길. 실로 오랫만에 차를 놓고 지하철로 이동,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공사중인 큰 길을 피해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문득 우동집이 시장기를 자극한다. 평소 좋아하지 않는 면이 땡기다니, 그것도 강렬하게. 일찍 나오길 잘했네. 표를 찾고 나서, 혼자이지만 저녁을 좀 먹어야겠다. 세종 광장 앞 건물에 낮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가을. SINCE 1983이라니까 내가 알던 그 가을이 맞구나. 반가웠다. 35년전, 여기 같이 왔던 사람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저녁을 먹고 나오다 눈길을 돌려 오른쪽을 보니 카페 이 있다. 광화문엔 사계절이 다 있다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겨울이 있었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난다. 평소 기억력이 썩 좋지 않은 내가 이런 소소.. 2022. 4. 22. 금조 이야기 - 20220406 오랫만의 관극, 그리고 백성희장민호극장. 여유있게 일찍 도착하여 좌우 붉은 마당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기울어지는 짧은 저녁해가 금방 기온을 서늘하게 만든다. 극장 안에서 이 작품의 대본집을 판매하고 있는데 단행본 한 권이다. 공연시간이 260분이라니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입장. 남의 집 종살이를 하던 금조는 신기슭의 메밀밭에서 전쟁을 맞는다.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집으로 달려갔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아이를 데리고 피난을 갔을까? 아이가 엄마를 찾아가다 길이 어긋났을까? 어쨋거나 피난민의 무리를 따라 집을 나선 그녀는 7개월이 흐른 엄동설한에 예전 주인을 찾아온다. 여주인은 금조를 반긴다. 못 본 사이 그녀는 변해있다. 낮술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사교클럽(낙랑클럽)에도 다니며 전쟁이 준.. 2022. 4. 7. 라스트 세션 - 20220125 오영수, 전박찬 배우 캐스팅으로 관람. 무신론자 프로이드와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돌아선 루이스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연극. 삶의 마지막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었던 프로이드는 구강암으로 입천장을 도려내고 보철물을 끼고 있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도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오직 진통제로만 버틴다. 결국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는 프로이드 사망 3주 전에, 프로이드의 초대로 루이스가 방문하면서 설전의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극의 구조가 연극 와 흡사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같은 연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프로이드에게 더 많이 동조되는 건, 내가 무신론자여서인가 아니면 배우가 연기를 잘 해서인가. 평.. 2022. 1. 27. 이전 1 2 3 4 5 6 ··· 26 다음 728x90